시간이 갈수록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큰 물고기를 노릴수록 큰 호수의 단단한 로드를 준비하고 그에 맞는 채비를 하면 된다. 그래서 가장 먼저 대상 어종을 정해야 한다.
그리고 첫 장비는 가까운 플라이피싱 샵을 통해 구매하는 것이 간단한 캐스팅 방법을 배우고 중요한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나의 경우 플라이피싱을 해 봐야겠다고 결정했을 때 막상 어떤 장비를 구비하고 어떤 물고기를 잡아야 할지 몰랐다. 많은 고민을 하다가 산천어를 막연하게 대상 어종으로 정하고서 3호 로드를 구매하고 그에 맞는 릴, 플라이라인을 준비 했다. 시간이 지나고 난 후 생각하니 적절한 선택이었다. 20센티미터 안팎의 작은 피라미부터 30~40센티미터의 끄리, 20~36센티미터 정도의 산천어, 55센티미터 이하의 누치를 잡기에 적절한 준비이다. 물론 손맛을 극대화하는 목적이라면 작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 1호 로드를 구비하고 더 큰 누치를 잡기 위해 5호 로드를 구비하고 연어를 잡기 위해 6호 이상의 로드를 구비해서 여행 마다 다른 로드를 가지고 다닐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플라이피싱을 시작 한다면 친구가 연어를 잡으러 갈 때 따라가서 플라이피싱을 배운다든지 하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3호 로드를 추천할 만 하다.
로드는 1호에서 15호와 같이 단단함에 따라 번호로 나누어지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단단하여 더 멀리까지 플라이 줄을 날릴 수 있고 더 큰 물고기를 잡아낼 수 있다. 낚싯대의 유연성에 따라 빠른 액션, 보통 액션, 느린 액션 등으로 구분되는데 빠른 액션의 로드는 물고기가 걸렸을 때 상부 쪽이 살짝 휘는 조금 빳빳한 휨으로 이해하면 쉽고 느린 액션의 로드는 로드 전체가 휘는 것으로 상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재료로는 대나무, 그라파이트(카본), 보론(카본 쉬트에 가느다란 텅스텐 선을 넣은), 그래핀 등이 있다.
체코 님핑의 경우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손끝으로 입질을 느끼고 챔질 해야 하기 때문에 감각이 좋은 빠른 액션의 로드를 선호한다고 하며 주로 근거리와 바닥권을 공략하기 때문에 캐스팅의 비중이 적어 가급적 긴 로드를 선호한다고 한다.
내가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로드의 절수인데 절수가 많을수록 각 절의 길이가 짧아지므로 이동과 보관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3호대 기준으로 3절 로드와 4절 로드를 사용해 보았는데 로드 제작 기술의 발달로 인함인지 캐스팅 감도의 차이는 느낄 수 없었고 4절이 이동의 편리성 면에서 훨씬 더 편하다고 느껴져 이 글을 쓰고 있는 2017년 현재에는 4절 로드만을 들고 다닌다.
로드는 부위별로 구체적인 이름이 있는데 4절 로드 기준으로 손잡이가 있는 마디를 버트라고 하고 그 다음 칸을 버트미들, 그다음 칸을 팁미들, 멘 끝을 팁이라고 부른다. 손잡이의 끝부분을 엔드플러그라 하고 릴을 고정시키는 부분을 릴시트라고 부른다. 손잡이는 코르크 재질로 되어 있는데 그립이라고 한다. 손잡이는 용도에 따라 여러 모양이 있는데 필요할 경우 본인 손에 맞게 사포 등을 이용하여 변형해서 사용해도 된다. 그리고 로드에는 풀라이라인을 통과시키고 힘을 분산시켜 로드가 전체적으로 힘을 배분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가이드가 있는데 그립에서 가까운 순서로 스트리핑가이드, 스네이크가이드, 마지막에 있는 가이드를 팁톱이라고 부른다. 3가지 가이드의 모양과 재질은 용도에 따라 다르다. 대나무로 만든 로드의 경우 페룰이라고 하는 암, 수가 구분된 부품으로 마디를 연결 하고 있다.
축구를 여러 명이 빠르게 눈빛을 주고받으며 같이 사냥감을 쫓는 사냥에 비유한다면 플라이피싱은 홀로 조용히 사냥감에 다가가는 형태이다. 조금 복잡해 보여도 이러한 이름들을 외워 두었다면 깊은 산속에 홀로 남았을 때 조금은 덜 외롭지 않을까?
로드를 준비하면서 같이 준비해야 하는 것으로 낚싯줄을 감아놓을 릴이 있어야 한다. 선택한 로드와 균형이 맞는 것으로 준비하면 된다. 다른 낚시와 다르게 릴이 많은 기능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로드와의 무게 균형은 케스팅에 많은 영향을 줌으로 이 부분은 중요한 듯 하다. 릴시트에 안착되는 부분을 릴 풋 이라고 한다. 나는 드랙(줄이 풀릴 때 릴에 일정 부하가 걸리도록 설정하여 물고기의 순간적인 힘을 제압할 수 있다) 기능이 없는 릴을 쓰는데 간혹 큰 고기를 걸었을 때는 줄을 빠르게 릴에 회수하고 손 바닥 전체로 릴 옆면을 잡아 줄이 풀리는 힘을 조절하여 물고기 힘을 빼기도 한다. 물고기가 순간적으로 힘을 써서 줄을 터트리려 할 때는 손 바닥을 릴 옆면에서 완전히 띄지 않고 살짝만 떨어뜨려 손잡이부분이 손바닥에 걸리면서 줄이 풀리게 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드랙 기능을 쓰든 손으로 잡아 비슷한 효과를 주든 큰 물고기를 노릴 때는 훅킹 되었을 때 빠르게 줄을 플라이 릴에 회수 할 수 있도록 좀 더 신경이 쓰이게 된다. 줄을 직접 잡아 드랙을 주려다가는 순간적으로 줄이 달아나기 때문에 화상을 입을 수 있는데 큰 물고기를 노릴때는 훅킹 후 줄을 회수하는데 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처음부터 장갑을 끼고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플라이라인은 선택한 로드와 동일한 호수의 것으로 준비하면 된다. 헤드 무게에 따라 1(3.5~4.3그램), 2, 3(Head 6.1~6.9그램), 4, 5, 6(9.9~10.9그램), 7, 8, 9, 10, 11, 12, 13, 14, 15로 나뉜다. 무게 배분에 따른 구분으로 WF는 “Weight Forward”의 약자로 무게 중심이 플라이라인 앞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원거리 캐스팅이나 공기 등의 저항을 이겨 내고 다소 큰 훅을 멀리 날리기에 용이하다. DT는 “Double Taper”의 약자로 플라이라인의 처음과 끝이 비슷하고 중간 부분이 두껍게 설계된 라인으로 보다 정교한 케스팅이 가능하여 드라이 훅 사용에 좀 더 적합한 듯 하다고 하는데 실제 3호 로드로 케스팅 했을 때 DT라인이 WF보다 편안하다고 느껴 졌다. LL은 “Level Line”의 약자로 다른 플라이라인에 비해 라인의 굵기가 전체적으로 처음과 끝이 같다. 가장 원시적인 라인으로 최근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부력에 따라 구분되는 F는 “Floating”의 약자로 라인은 물에 뜨게 만들어진 라인이며 S는 “Sinking”의 약자로 물에 잘 가라 앉게 만든 라인이다.
플라이라인을 릴에 감을 때는 다소 느슨하게 감고, 낚시 후에는 미지근한 물에 담궈 깨끗하게 한 뒤에 그늘에서 말려 보관 한다고 하는데 사실 모든 에너지를 하루 종일 낚시하는데 몽땅 다 써버리기 때문에 다음 낚시 때까지 그냥 가방에 처박아 놓기 일쑤다. 그래서 비싼 플라이라인 보다는 편하게 사용 가능한 부담 없는 가격의 플라이라인을 선택하는 것이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기도 한다. 나는 플라이라인에 5미터 간격으로 선을 하나씩 그려 놓는다. 케스팅 하면서 선이 3개가 보이면 15미터의 플라이라인을 케스팅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쓰는 3호대와 WF3F 플라이라인 기준으로 강 끄리 낚시에서 보통 20미터 정도의 플라이라인을 케스팅에 사용하고 계곡 산천어 낚시에서는 대략 10미터 정도의 플라이라인을 케스팅에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플라이라인을 릴에 감기 전에 백킹라인을 감기도 하는데 대형어종(잉어, 연어, 누치등)을 잡을 때 부족한 플라이라인을 보완하는 역할과 릴 축의 직경이 작을 경우 플라이 라인이 감기는 축을 크게 하는 역할을 한다. 큰 물고기를 걸고 비교적 넓은 범위에서 제압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 강에서는 백킹라인의 길이가 길어야 함을 알 수 있었고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 제압할 수 있는 계곡 산천어 낚시의 경우 백킹라인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음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하지만 라인이 감기는 축을 크게 하여 좀 더 빠르게 줄을 회수 할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플라이라인에는 리더 라인이 연결된다. 플라이 라인과 반대로 숫자가 클수록 가늘고 인장 강도가 약하다. 0X~7X. 플라이 라인과 훅을 연결하는 용도. 손잡이부터 시작 되었을 힘을 부드럽게 훅까지 전달하기 위해 플라이 라인과 연결되는 부분이 굵고 훅 쪽으로 갈수록 가늘게 되어 있다. 플라이라인과 같이 물에 잘 뜨는 플로팅 리더, 물에 잘 가라앉도록 되어 있는 싱킹 리더 등으로 구분된다.
나의 경우 리더라인은 소모성이 큰 라인으로 완제품은 간혹 사용하며 대부분 직접 만들어서 사용한다. 예를 들어 플라이라인과 연결되는 부분은 바다낚시용 5호줄(X4, 0.381mm)을 묶고 다음에 4호줄(X2, 0.330mm) 다음으로 2호줄(2X, 0.228mm) 다음으로 1호줄(4X, 0.177mm)을 묶어(실제로는 2단계 정도만 사용) 리더 줄을 만들고 마지막에 티펫을 묶는 방법이 있다. 많은 매듭으로 인해 매듭 없이 줄을 사용하는 견지낚시와 같이 줄 자체의 탄력은 기대할 수 없지만 리더 라인자체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리더라인과 구분이 조금 애매한 티펫. 완제품 리더 라인의 끝 부분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소모하는 소모품이다. 정리하면 라인의 연결 순서는 백킹라인, 플라이라인, 리더라인, 티펫, 훅의 순서가 된다. 리더 라인과 같이 숫자가 클수록 가늘고 인장 강도는 약하다. 1X(0.254mm), 2X(0.228mm), 3X(0.203mm), 4X(0.177mm), 5X(0.152mm), 6X(0.127mm), 7X(0.102mm), 8X(0.076mm)의 규격이 있다. 실제 실의 두께는 제품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같은 6X라도 회사마다 제작 기준에 따라 약간의 두께 차이는 있다.
6X와 7X가 실제로 무슨 차이가 있을까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용해 보면 분명 차이가 있다. 물론 만져만 보고 몇 호인지 맞추기는 힘들다. 8X는 아직 사용해 보지 못했다. 리더라인과 티펫은 코일링이 심하여 사용에 요령이 필요한데 예를 들어 리더 펴개를 이용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리더 펴개가 없다면 줄을 무언가로(헌겁, 옷등) 감싼 후 줄을 당겨서 열을 만들어 펴면 된다.나는 한번 계곡에 내려설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고 티펫과 리더의 꼬임은 무언가 시원치 않은 기분을 들게 하기 때문에 약간의 꼬임이 발생하면 될수록 빳빳한 새것으로 교체하여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원심력에 의해서 계곡 속의 나무나 바위의 까칠한 면에 쓸리는 수많은 이유로 상처받기 쉬운 것이 티펫이다. 소중히 다루어야 하고 상처가 났을 때는 과감히 끊어내고 교체해 주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항상 놓친 물고기가 가장 큰 법인데 티펫 중간이 끊어져서 일생일대의 물고기를 놓치면 정말 미쳐 버릴 것 같다. 물론 어마어마한 물고기가 티펫을 끊어 버리고 줄행랑을 쳤다는 멋진 무용담으로 뇌는 스스로를 치유해 가지만 말이다.
티펫의 끝에 드디어 훅이 매달린다. 처음 한동안은 구매해서 사용해 볼 것을 추천한다. 훅을 자작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많은 노력과 도구와 재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략 물에 띄우는 드라이 훅, 물에 가라앉히는 웨트 훅이 있고 무엇을 본떠서 만들었느냐에 따라 그리고 누가 만들었느냐에 따라 수없이 많은 이름의 훅들이 있다.
로드, 릴, 플라이라인, 리더라인, 티펫, 훅이 준비되었다면 채비는 끝났다.
사실 편안한 낚시를 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들이 있는데 줄 끊는 도구는 가위나 손톱깎이로 대신해도 된다. 초기에 훅의 미늘을 이것으로 제거하려고 하다가 날을 많이 해먹었다. 미늘이 가늘어 보여도 생각보다 단단하여 이가 망가진다.
드라이 쉐이크는 드라이 훅에 입히는 부력제로 훅이 물 표면에 바짝 뜨게 해 주어 눈의 피로를 줄여 주고 물고기가 훅을 덮치는 순간을 좀 더 극적으로 보여 주는데 즐거운 낚시에 큰 도움이 된다.
신발은 간단하게는 상황에 따라 맨발에서 슬리퍼 등 자유롭지만 유리 조각 등의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있어 최소한 슬리퍼는 신기를 권하며 뱀이나 곤충이 많은 산속을 누비는 경우 상황에 따라 그에 맞는 신발을 구비하는 것이 좋겠다.
바지 역시 상황에 따라 편하게 반바지만 입고해도 되지만 곤충이나 뱀 등의 위험성이 있는 곳에서는 그에 대비하여 적절한 것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기본적인 도구들이 준비되었다면 시간을 내서 강가에 내려서면 된다. 그리고 흐르는 물 표면으로 물고기의 움직임이 있는지 관찰하는 것에서 플라이피싱은 시작된다. - 2017.12.23 Shin Ho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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