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 산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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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상류에 은둔해 지내는 산천어들 중에 특별히 미팅이 힘든 산천어가 있다. 5개월 동안 미팅 요청을 하다 오늘 만나준 산천어가 있는데 26센티미터에 특이하게도 몸 전체에 긁힌 듯한 상처들이 많았다. 항상 깨끗한 피부의 예쁜 산천어들만 보았는데 오늘 만난 산천어는 수많은 전투로 단련된 전사 같은 느낌을 준다. 몸에 채찍질 한 것 같이 긁힌 자국이 많다. 수컷끼리 암컷을 두고 다투면서 생긴 상처가 아닌가 한다. 이렇게 잡지 못하던 포인트에서 산천어를 대면하고 나면 기쁨이 배가 된다.
오늘 처음으로 7X 티펫을 써보았는데 미팅에 응해준 이유가 이것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루 종일 일부러 7X 티펫만 썼는데 즐겨 쓰는 6X 티펫보다 이동이나 케스팅 할 때 줄에 상처를 주지 않게 하기 위해 좀 더 신경을 쓰면서 사용 하였다. 묵직한(왜 항상 놓친 산천어가 특별이 더 묵직한 걸까?) 산천어를 걸었을 때 관리 소홀로 티펫이 터져 나가면 속이 탄다. 이런 묵직한(?) 산천어를 놓치는 순간 티펫이 너무 가늘어서 끊어 졌나? 다시 6X로 바꿔야 하나? 티펫이 불량인가? 등의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하지만 "Strength 1.1kg"이라고 적힌 7X줄이 터지려면 내가 놓친 물고기는 산천어가 아니라 연어여야 할 것이다. 6X로 하던 7X로 하던 평균 수확량은 항상 한 마리 안 밖이라 이렇게 말하기 뭐하지만 7X가 6X 보다 잘 물어 주는 것 같았고 앞으로 한동안은 7X를 좀 더 애용 할 듯 하다.
요즘은 7시나 되어야 날이 밝아오고 오후 5시만 되면 날이 어두워진다. 9시에 계곡에 내려서도 손이 시리고 포인트 하나 그냥 포기하더라도 물에 발을 적시고 싶지는 않다(아직까지는 웨이더 없이 정글화에 전투복 같은 재질의 두꺼운 바지 하나 입고 돌아 다닌다. 상상은 금지!). 그래서 오늘은 놀랍게도 신발이 물에 젖지 않았다!
계곡 상류의 산천어 낚시를 하다 보면 수많은 바위들과 친해져야 한다.
최근 이곳에는 산천어를 잡아먹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 났다. 큰 산천어는 그물을 치고 작은 산천어는 통발로 모조리 잡아다가 매운탕을 끓인다. 내 손맛만큼 그들의 입맛도 존중해 주어야 하겠지? 안타까운 일이지만 언젠가 이곳의 산천어는 사라지고 우리들의 기억에서도 서서히 잊혀질 것만 같다. 옛날에는 이곳에 산천어가 많았는데 하면서 말이다. 나의 이런 예상이 틀렸기를 바란다.
지난번에 확인해 둔 산천어 산란터를 다시 확인 했는데 10월에 산란해 한달 정도 지난 산천어 알이 약간의 붉은 빛을 띠기 시작했고 이미 하얗게 생명을 잃어가고 있는 알들도 보였다. - 2014.11.15 Shin Ho Chul
산천어(Cherry salm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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