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팩킹 플라이피싱, 끄리

약 6개월 정도의 준비 끝에 드디어 배낭에 텐트와 침낭을 넣고 계곡으로 향했다. 백팩킹은 먼저 버림의 미학이었다. 없어도 되는 것들을 버리고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 정한 다음 또 버린다. 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텐트를 치고서 3일간 끄리 플라이피싱을 하였다. 아직은 추워서인지 캠핑장도 계곡도 조용했다. 저녁에 잘 때 따뜻했기에 머리를 방심했더니 새벽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둘째 날부터는 머리를 잘 보호하고 잤더니 문제없었다. 항상 새벽의 차가운 공기와 새소리에 잠이 깨었다.

3일 동안 낚시하면서 끄리들의 습성을 잘 파악할 수 있었다. 첫째 날은 예전과 동일한 여울에서 끄리들이 점프하며 상류로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급류에서 50센티가 넘는 누치를 거는 바람에 오랫동안 물고기와 여울을 왔다 갔다 하며 실랑이를 하였다. 실망스럽게도 등지느러미에 후킹 되어 있었다. 스푸너 루어 낚시를 하시는 어르신들에게 당시의 끄리 포인트와 낚는 방법도 제대로 배웠다. 여러 가지 크기의 스푸너만 가지고서 아주 간단한 채비를 하고 있었는데 끄리도 잡히고 쏘가리도 잡힌다고 하신다. 내가 좋아하는 낚시 스타일이다. 최대한 간단하게 한다! 강 건너편으로 던져서 당기면 잘 문다고 하셨는데 끄리들이 강 건너편 얕은 곳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었다. 단지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야생은 여전히 잔잔한 물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둘째 날 저녁에는 회사 분들이 알고 찾아오셔서 같이 캠핑을 하였다. 차에 캠핑 장비를 하나 가득 가지고 와서 고기도 구워 먹고 시원한 맥주도 한 캔 하면서 오후의 뜨거웠던 열기도 식히고 최근 겪었던 아픔도 나누면서 편안한 저녁을 보냈다. 자연 속에 있어서 인지 피워놓은 모닥불 앞에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서로의 아픔을 나누었다. 저녁 늦은 시간 트럭으로 계곡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있어 구경을 하러 갔는데 생각보다 잘 잡지 못했다. 매운탕 거리로 누치 몇 마리를 그물로 잡아서 가신다.

셋째 날 아침 일찍 어제 남은 음식들을 맛있게 먹어 치우고는 바로 물가로 내려갔다. 한 시간 정도 성과가 없다가 한 마리의 끄리를 시작으로 점심시간까지 다들 실컷 손맛을 보았다.

자연에는 우리를 치유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최근 여러 가지 힘들 일들이 있었다. 고민이 아닌 판단을 해야만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나에게 무엇이 가장 소중 한지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했다. 그걸 알아야만 정확하고 신속한 판단을 할 수 있었고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원하지 않는 것 혹은 중요하지 않은 것은 버려야 했다. 백팩킹을 계획하는 과정은 나에게 버리고 또 버리라고 말하고 있었다. 지금은 버리고 비워야지만 중요한 것이 보이는 듯하다. -2017.04.29 Shin Ho Ch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