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Shin Ho Chul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산천어가 사라져가고 있는 계곡

걱정하던 것이 현실이 되어 버렸다. 처음 산천어 플라이피싱을 시작한 2014년 가을. 이곳 동네 분들이 밤낚시로 지렁이 미끼를 사용하여 한 마리, 두 마리 잡아 드시기 시작 했는데 이곳에 산천어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나서는 통발 치는 사람, 그물 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결국 올해 산천어 산란이 끝났을 지금 시점에 다시 방문한 이곳에서 더 이상 산천어가 보이지 않았다. 동네 분에게 물어 보니 올 여름에는 사람들이 그물을 가져와서 많이 잡아 갔다고 하신다.

간혹 꽤 규모가 있는 소의 잘 보이지 않는 얕은 곳에 산란의 흔적이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거의 계곡의 반을 올라 갔는데도 산천어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것은 예전의 경험과 비교하여 정상적이지 않았다. 아직 지워지지 않은 깨끗한 발자국으로 미루어 어쩌면 방금 누군가가 지나 갔을 수도 있겠고 계속해서 내 앞에 올라가는 두 쌍의 원앙(Aix galericulata, mandarin duck)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수컷 두 마리에 암컷 세 마리인데 수컷 한 녀석은 항상 조금 높은 곳에서 목을 높게 쳐들고 망을 보고 있다가 내가 다가가면 신호를 하고 그 위의 소로 이동한다. 수컷 원앙은 색이나 자태가 정말 예쁘다. 분홍색 부리에 새 하얀 털의 이마에 새까만 눈동자, 그리고 몸에는 알록달록 한 무늬의 깃털로 치장하고 있다. 눈 아래부터 가슴까지 넓게 퍼져 있는 붉은 빛이 도는 복실 복실 한 갈색 털은 너무나 쓰다듬어 보고 싶다. 6월에 나무 구멍 혹은 돌의 틈새에 9~12개의 알을 낳고 한 달간 품다가 40~45일 후에 둥지를 떠난다고 한다.

지난 여행기들을 돌아보니 올해에는 산천어 플라이피싱을 거의 다니지 못했다. - 2016.11.4 Shin Ho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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