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수의 산천어가 보였으며, 큰 소에는 어림 잡아봐도 30센티미터가 훌쩍 넘어 보이는 대물 산천어들이 여유롭게 노닐고 있었다. 그럴 듯한 소에는 2, 3마리의 산천어가 줄줄이 따라 나오기도 할 정도로 산천어의 개체 수는 충분하다고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계곡의 전체 구간 중 일부 구간에만 산천어가 있는 것이 원인 이었으리라. 탐색 전에 산터골, 보리골, 문지골, 난채골, 큰다래지기골 등 많은 골짜기를 지도로 확인 하였으며 중, 하류 보다는 이러한 지류(creek)가 많은 상류 쪽을 기대 했었다. 풍곡리와 갈라지는 지점부터는 상류로 갈수록 멋들어진 풍경에 비해 산천어는 한 마리도 관찰되지 않았다. 계곡의 최 상류 바위 속에 숨어 먹이 활동 하는 산천어 꼬드기기를 좋아라 하는 나로서는 다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풍곡리와 갈라지는 지점에 있는 4번째 철다리를 건너자 산에서 내려온 듯 한 모래와 자갈에 큰 바위들이 모두 숨겨져 있어 산천어가 숨을 만한 바위들이 없었고 실제로 산천어도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부분들은 계곡이 조금씩 복원되어 가면서 해결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계곡 최 상류에서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가 계곡의 차갑고 맑은 물속에 쓰러져 있고 그 물속에서 노닐고 있는 큼지막한 갈겨니들을 보았을 때 나로써는 그 물고기가 산천어가 아닌 것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오전 이른 시간 여울에서 점프하며 올라오는 산천어는 꽤 있었으나 훅킹이 되지 않는다. 빠른 여울에서 반응이 없어 관찰하던 중 의외로 큰 바위 뒤의 물살이 느리고 물이 휘도는 부근에서 유유히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큼직한 산천어가 관찰 되었다. 그래서 큰 바위 뒤의 물이 도는 곳을 노려 메뚜기 훅(Foam Hopper, 연두, #10)을 날렸고 정말 산천어가 점프하여 물고 들어갔다. 덕풍계곡에서 잡은 첫 산천어로 전장 19센티미터였다.
배에서 길다란 기생충이 나오고 있었는데 연가시로 보여진다. 연가시는 알이 물속 벌레에게 먹힌 후 이를 잡아 먹은 숙주(곤충)로 감염 되는데 물속의 곤충과 메뚜기 등의 육지 곤충도 마다하지 않는 산천어가 이 기생충에 감염된 곤충을 잡아 먹은 것일 것이다. 연가시는 숙주(곤충)의 행동을 조정하여 원래의 서식지에서 벗어나 물가로 이동하도록 유도하고 물에 빠져 죽게 한 후 숙주로부터 빠져 나오는데 멀쩡한 메뚜기가 물에 빠지기 보다는 연가시에 점령당한 메뚜기가 물에 빠질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다.
빠르게 흐르는 여울 뒤에 포말이 깨져 흐르는 곳에서 빠르게
메뚜기 훅(Foam Hopper, 오렌지, #10)을 쫓아온 22센티미터의 개체. 처음으로 빨간색 메뚜기 훅 성공. 선명한 녹색의 파마크가 인상적이다. 휴가철이 끝난 시점이라서 그런지 계곡에 하루 종일 한 사람도 없어서 하루 종일 계곡 전체를 조용히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가시(학명: Gordius aquaticus, 영명: Gordian worm)는 기생생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실뱀 혹은 철선충으로 불리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약 326종이 알려져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약 2,000여 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 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9종이 있다고 한다. 드물게 깊은 계곡의 맑은 물 속을 꿈틀 꿈틀 헤엄쳐 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렸을 적 죽은 사마귀 몸에서 나오던 연가시가 생각 난다. 최대 90센티미터까지 자라고 숙주가 곤충이다. 물 속에 알을 낳는데 이 알이 물속에 사는 곤충의 유충에게 먹힌 후 성충이 되거나 다시 사마귀나 여치(특히 갈색 여치)같은 육식 곤충에게 먹혀야 생존 할 수 있다. 곤충 이외의 생물의 소화액을 견뎌내지 못한다고 한다.내가 이날 본 연가시는 산천어에게 잡아 먹힌 곤충 몸 속에 있다가 같이 소화되는 중이었을 것이다. -2014.09.12 신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