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Shin Ho Chul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2018년 5월의 홍천강 누치가리 및 끄리 상황

항상 이 맘 때쯤이면 24절기 중 6번째 절기인 곡우(穀雨)쯤에 시작된 홍천강 누치가리는 끝이 나고 끄리(Piscivorous Chub) 번식의 시작과 함께 끄리의 바늘 털이 손맛을 실컷 맛 볼 수 있었다. 곡우는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이 있는데 옛날부터 벼 농사를 짓는 선조들이 새싹을 틔우기 위해 벼 씨를 물에 담그는 시기이다. 최근 읽은 <실험실 아가씨 Lab Girl>이라는 책에서 평생 식물을 연구한 작가는 식물은 일생에 딱 한 번 판단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는데 바로 새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릴 시점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시점이 오지 않으면 수 천년 혹은 그보다도 더 긴 시간을 기다린다고 한다. 벼 씨가 농부를 믿고 일생 일대의 결정을 하고서 새싹을 틔우는 것을 우리 선조들은 이미 알고 있었을까? 벼 씨에 나쁜 기운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해 이시기에는 몸가짐과 보는 것조차 주의를 기울였던 선조들의 모습에서 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엿볼 수 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자주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나에게 부족한 것은 이러한 쌀 한 톨도 소중히 할 줄 아는 마음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겸손한 몸가짐과 마음가짐이 아닐까?

올해는 예전과 달리 수온이 아직 얼음 같이 차갑고 누치가리가 아직도 한참 진행 중이다. 예전에 써먹었던 어두운색 스트리머 앞에 뽕돌을 달아 알을 훔쳐 먹는 작은 물고기를 흉내 내었는데 간혹 알 자리를 지키는 암컷이 물어 줄 뿐 수컷들은 대부분 교통사고(?)로 끌려 나온다. 알을 흘리는 암컷 누치의 경우 주둥이가 깨끗하고 수컷은 알 자리의 자갈에 붙은 이끼들을 긁어내기 위해 주둥이에 허연 추성이 빼곡하다. 누치의 노란색 알은 점성이 높아 쉽게 여기저기 달라 붙었다.

물살이 빠른 여울에는 끄리가 거의 보이지 않고 물이 찬찬히 흐르는 곳에 모여서 물 표면에 정신 없이 많이 해치하고 있는 캐디스(Caddis)들을 간혹 올라와 먹고 있다. 항상 먼 곳에서 관찰하고 물고기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 하였는데 이날은 차가운 물을 헤집고 20미터 정도 접근해서야 먹이 활동하는 끄리들을 관찰 할 수 있었다. 물 밖에 서서 여유롭게 물고기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려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 지는 순간. 어떠한 훅에도 관심이 없다가 큼직한 검은색 거미 훅을 떨구어 주니 금새 쫓아와 물고 들어간다. 암컷으로 보이는 은빛 반짝이는 한 마리. 그런데 훅킹 되는 순간 건너편 산속에서 무언가가 정신 없이 뛰어 다니는 소리가 들리더니 말로만 들었던 담비(marten) 두 마리가 튀어 나왔다. 싸우고 있었는데 쫓는 담비는 덩치가 크고 털 색이 노란 색이고 쫓기는 담비는 덩치가 조금 더 작고 털도 조금 흰색이다. 급기야 한 녀석이 물가에 그늘을 만들고 있던 나무위로 잽싸게 도망쳐 올라갔는데 덩치가 큰 녀석이 끝까지 쫓아가서 물고 늘어진다. 결국 나무에서 떨어져 내 앞 10미터 정도의 물속으로 곤두박질 친다. 그리고도 추격적은 계속되어 한참을 넉 놓고 녀석들을 지켜 보았다. 후에 같이 간 회사 동료가 물고기가 아직 잡혀 있냐고 묻는 말에 정신을 차리고 줄을 당기니 줄을 팽팽하게 유지 하고 있던 덕분에 아직 걸려 있었다.

아가미에 분홍빛이 예쁘게 물들어 있는 수컷 끄리 한 마리 더 잡고는 이번 짧은 낚시 여행은 끝이 났다.

요즘 간혹 꼭 잡아 내지 않아도 물 속에 물고기가 있는 것을 안 것 만으로도 잡은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 요즘은 물 속에 물고기가 바글바글 해도 굳이 잡아내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한 두 마리 잡고 나면 낚시를 지속하고자 하는 욕구가 급격히 줄어든다.

어제 오후 부서 사람들과 단합회를 한 후 이동한 홍천강변에서 하루 밤을 자고 2시간 정도 오전 낚시를 하고는 가족들과 어린이날을 보내기 위해 각자 헤어 졌다. 우리는 각자가 모두 외로웠고 그리고 그 외로움의 무게는 혼자 만의 것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2018.05.05 Shin Ho Chul

계곡과 아빠
계곡과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