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곡천 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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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어를 잡을 거라고 4월 1일 토요일 오전 연곡천으로 향했다. 큼직한 황어를 4X 티펫에 거는 꿈을 꾸었다. 강원도에는 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강원도로 넘어가는 길에 화천 산천어 축제 장소에 들려 축제 후에 살아남은 큼직한 산천어들 향해 허망한 캐스팅을 몇 번 날려 보고는 연곡천으로 향했다. 역시 똑똑한 산천어들. 내가 산천어가 보이면 산천어도 내가 보인다는 진리는 여기서도 통하는 듯했다. 그리고 산천어는 일반적으로 나를 보면서 가짜 훅을 먹을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연곡천 하류에 도착해서 보니 황어들이 수십 마리 많게는 수백 마리씩 강 하류에서 무리를 지어 상류로 헤엄쳐 가고 있었다. 검은색 줄무늬를 가진 황어도 있고 주홍색 줄무늬를 가진 황어도 있었다.
어느 어로 위에는 수천 마리는 되어 보이는 황어들이 때를 지어 헤엄치고 있었다. 연곡천 하류에서 상수도보호구역으로 어·패류를 잡거나 양식하는 행위를 금하는 표지판을 못 보았더라면 이 많은 황어 위로 신나게 플라이 줄을 날렸을 것이다. 차라리 표지판을 못 보았더라면 어땠을까를 수없이 생각해 보았다.
대신에 한참 동안을 침착하고 경이롭게 황어 무리를 관찰할 수 있었다. 내가 서 있는 곳을 5미터 정도 피해서 헤엄치고 있었는데 항상 무리의 2미터 정도에 한 마리가 미리 헤엄치면서 앞에 위험한 사항이 있을 때마다 재빠르게 방향을 틀었고 뒤따라오던 무리들도 거의 동시에 같은 방향 같은 각도로 방향을 트는 것이었다. 멀리서 보고 먹이 활동이라고 생각했던 물 위로 간혹 주둥이가 나온다고 생각했던 것은 착각으로 물 표면 가까이 헤엄치는 녀석들의 지느러미가 물 밖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오전 내내 황어 구경을 하고 화천 시내로 가서 3천 원짜리 짜장면을 맛있게 먹고(한 20년쯤 전에 마지막으로 3천 원짜리 짜장면을 먹었었던 것 같다) 산천어 구경 좀 해 볼까 하여 연곡천 상류로 향했다.
금강문 근처의 고부소에 도착하여 계곡의 물소리를 녹음하고 약 20분 정도 드라이 훅과 스트리머를 사용하여 산천어 탐색을 했는데 처음에 무슨 물고기인지 모를 손바닥만 한 녀석이 스트리머에 달려든 것을 빼고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길 옆 금강문의 멋진 절벽과 바위들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올 여유를 부리지 못한 것이 지금 생각해 보면 못내 아쉽다. 때로 우린 너무 한 가지만을 쫓다가 아름다운 추억들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갑자기 생각났다! 작년에도 큼직한 황어를 한참을 쫓아다녔으나 한 마리도 잡지 못했음을. 왜 뒤늦게 생각난 것일까? 간혹 플라이피싱으로 물고기 잡는 것이 쉬워 보일 때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보통 한 가지 어종만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때문에 목표로 하는 물고기가 집중해서 먹고 있는 것을 알아내어 훅 박스에서 그것과 가장 비슷한 것을 찾아 던져야 한다.
봄을 알리는 꽃은 개나리인 꽃 인줄만 알았는데 집 앞 계단에 핀 보라색의 제비꽃이 나에게 가장 먼저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 2017.4.2 Shin Ho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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