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Shin Ho Chul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무심히 파괴되는 자연

오래간만에 시간을 내어 자연 속으로 들어간다 

2019년에는 내 열정을 다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시간은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간다. 

토요일 오전 늦게 출발하여 해 떨어지기 직전 2018년 한 번도 낚시하지 못했던 계곡을 찾았다. 그런데 계곡 입구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기존에 농사를 짓거나 공터로 남겨져 있던 계곡 바로 옆의 땅들이 집을 짓기 위에 파헤쳐 지고 있었다. 이렇게 무심히 파헤쳐 지는 땅들의 흙은 비가 오면 계곡으로 흘러 들어가 물고기가 살고 있는 집들을 없애 버린다. 한 사람의 욕망이 수천수만 마리의 물고기 집을 없앤다. 계곡을 시원하게 가리고 있던 나무들까지 몽땅 베어버렸다. 얼마나 아름답게 집을 지으려고 저러는 걸까? 사람은 돈이 많아지면 욕망에 눈이 멀기 쉽다는 것을 기억하자. 내가 바라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겠다. 권력이나 재력이 클수록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는 것에 생각이 닿는다. 예전 조용하고 운치 있던 청계동을 기억한다. 후에 무분별한 개발로 예전의 모습은 사라지고 겉만 멀쩡한 정원 하나가 남았다. 이곳도 본래 더욱 아름다울 수 있었는데 같은 절차를 밟는 듯 하여 마음 한 곳이 아프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Fly Fishing 이야기로 돌아가자. 이곳 계곡은 나에게 깨지지 않은 기록이 있다. 4월에 한 번도 산천어를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이 기록을 깰 수 있을까? 즐거운 상상을 하며 계곡 상류로 들어갔다. 산천어들은 여울 위쪽 물이 떨어지는 곳에 덩치 순으로 먹이 먹기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있었다. 예전에 비해 개체 수가 많이 줄었다고 느껴졌다. 이틀 동안 약 3시간 낚시하였고 딱 한 번의 입질을 받았다.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새벽시간 자욱하게 하얀 안개가 낀 계곡을 걸으며 내가 살아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토요일 비 내리는 저녁에는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멀리서 딸 둘을 데리고 찾아온 회사 동료 가족과 야외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지금 순간에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2019.4.6 Shin Ho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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