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어의 산란 장면을 목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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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 알은 연어 알과 같이 붉은색에 가까운 분홍색일 것이라고 상상했었는데 진주같이 투명한 흰색이었다.
암컷이 자갈을 파고 커다란 수컷이 옆을 바짝 지키고 있었다. 이미 가까이까지 접근한 나를 발견한 수컷은 조바심을 낸다. 자꾸만 암컷 옆에 바짝 붙어 머리를 떨며 암컷을 보채어 보지만 암컷은 아직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산란을 할 듯 말뜻 하면서 몸을 옆으로 뉘어 꼬리로 연신 땅만 파고 있었다.
어느 순간 암컷이 이제는 다 준비되었다는 듯이 머리를 조금 높게 두고 가만히 산란 준비를 알리고 수컷이 옆으로 다가가자 바로 산란이 시작된다. 물살이 조금 빠른 곳에 자리를 만들고 있었는데 수컷의 하얀 정액이 순식간에 최루탄처럼 퍼졌다가 빠른 물살에 흘러내려 간다.
계속해서 불안해했던 수컷은 산란이 끝나자마자 상류의 큰 소로 줄행랑을 쳤고 암컷은 아직 할 일이 남았다는 듯이 그 자리를 지킨다. 내가 바로 코앞까지 접근했는데도 암컷은 한참 동안 꼬리를 이용하여 주변의 크고 작은 자갈들로 알을 다 덮어 놓은 후에야 그 자리를 떠난다. 한 번의 산란에 40개 정도의 알을 뿌려 놓았다.
계곡을 따라 상류로 이동하면서 보니 이미 지칠 대로 지쳐 보이는 커다란 산천어 한 마리가 이미 부활의 의지를 잃은 듯이 빠른 물살에 몸을 맡긴 체 물 흘러가는 대로 떠내려가고 붉게 물든 단풍잎들이 스쳐가는 바람에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올가을의 번식에 모든 것을 쏟아붓기 위해 몇 년 동안 그 많은 천적들을 피해 움츠려서 준비해 왔을 시간들. 자신의 유전자를 앞으로의 세월에 계속해서 남기기 위해 이곳에서 마지막 정열적이고도 조금은 슬퍼 보이는 여정에 오른다. -2014.10.12 Shin Ho Chul
계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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