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누치가리를 처음으로 목격 하였고 그리고 처음으로 플라이피싱으로 누치를 잡아 보았다. 많은 시행 착오가 있었지만 결국 재미있는 누치 플라이피싱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가리'는 '산란(产卵)'의 한국말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나에게 첫 끄리의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던 여울에 이날도 끄리 근황을 살피기 위해 잠깐 들렀는데 말로만 듣던 누치가리가 한창이었다. 사실 이곳은 5~6월에는 피라미의 산란터 이기도 하다. 50센티미터 이상 크기의 누치들이 얕은 여울에서 지느러미를 다 들어 내고서 번식에 여념이 없었다. 내가 바로 근처까지 다가가도 멀리 도망가지 않고 잠깐 흩어 졌다가 다시 모여 든다.
처음에는 스윙잉 님핑(Swinging Nymph)을 시도 하였고 여러 문제점이 있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아무리 굵은 티펫을 써도 티펫이 계속해서 터져 나간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문제점은 물고기가 와서 무는 것이 아니라 바늘이 지나 오면서 물고기 몸에 걸린다는 것이었다. 이날 특히 등 지느러미에 많이 걸려 나왔는데 이는 당일 누치가리가 이루어 지는 곳의 물 깊이 그리고 내가 사용한 훅의 무게와 관계가 있었던 듯 하다. 물이 얕아 누치 등 지느러미가 물 표면에 가까지 있었고 가벼운 훅을 사용하여 물 표면으로 끌려오던 훅이 지느러미에 걸릴 확률이 높았던 것이다. 후에 무거운 님프를 사용했을 때는 주둥이 바깥쪽으로 많이 걸렸다.
이날 새벽 동안 비가 많이 왔는데 둘째 날 오후 늦은 시간 도착 했을 때 물 깊이도 많이 깊어 지고 물 색깔도 어두워 졌으며 물살도 빨라져 어제와 같은 훌치기(?)가 통할 수 없는 상황 이었다. 다행이 누치들은 아직 그곳에 있었고(여울 속과 여울 위쪽으로 잔뜩) 무언가 열심히 먹고 열심히 번식하고 있었다.
첫째 날의 문제들을 아래와 같이 해결 하였다. 우선 속수무책으로 터져 나가는 티펫 문제는 장난감 상자에서 찾은 투명한 고무줄 10센티미터를 가장 굵은 리더 줄 사이에 연결하는 것으로 해결 되었다(바다 낚시에서는 큰 고기의 순간적인 힘을 제어 할 수 없어 줄이 끊어지거나 물고기 입술이 찢어 지거나 바늘이 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쇼크 리더를 사용 한다). 그리고 인디케이팅 님핑 방식으로 바꾸었고 인디케이터와 님프 훅 사이에 작은 봉돌(weight)을 달았다. 중간에 봉돌이 날아 간 적이 있는데 입질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큰 님프를 사용 하였는데 처음에 작은 님프에 반응이 없어 이날 비가 와서 물이 약간 흐려서 혹시 물고기들이 잘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여 시도 했었는데 효과가 좋았다. 그 동안 훅 통에서 한번도 빛을 보지 못했던 플라이뱅크 박종운 사장님의 10번 몬타나 스톤(Montana Stone#10)이 효과가 좋았다.
마지막으로 주의 할 것은 님프 훅, 웨이트, 인디케이터 순으로 자연스럽게 흘려 주어야 효과가 좋았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인디케이터 님핑을 할 때 45도 혹은 60도 정도 물이 흐르는 아래 방향으로 던지라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채비를 물이 흐르는 위의 방향으로 던졌을 경우 플라이 줄이 먼저 내려가며 인디케이터를 끌고 가는데 이러한 경우 물고기가 경계하는 듯 하다.
위의 몇 가지 해결책으로 이날 2시간 동안 재미있는 누치 낚시를 하였고 많이도 잡았다. 무엇보다 우리를 즐겁게 한 것은 이날 잡은 모든 누치가 훅을 향해 달려 들었다는 것이었고 앞으로는 조금 힘들더라도 바늘이 물고기를 덮치기 보다는 물고기가 바늘을 덮치게 하는 낚시를 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해결 방법과 효과는 이날의 특수한 조건과 관련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다른 상황에서는 또 다른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동네 어르신들의 이야기로는 이곳의 누치가리는 지난 주 목요일(4/14)부터 시작(예전보다 빠른 시기) 하였고 약 1주일 정도 계속 된다고 한다. 그리고 견지 하시는 분들의 말로는 누치가리가 끝나는 시점부터 누치들의 본격적인 먹이 활동이 시작된다고 하니 앞으로의 누치 낚시가 더더욱 기대 된다.
시간만 허락 한다면 2016년 누치가리가 끝나기 전에 다시 한번 이 여울에 서보고 싶다.
누치는 날씬 한 녀석들은 수컷이고 채고가 높고 빵이 좋은 녀석들은 암컷이라고 한다. 누치는 암수 모두 추성이 있다는 이야기와 다른 물고기들과 같이 수컷에만 추성이 생긴다는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내가 이날 잡은 누치 중 체고가 높고 빵이 좋은 개체들은 추성이 없었고 날씬한 녀석들은 추성이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다른 물고기와 같이 암컷에는 추성이 없는 것이 맞는 듯 하다. -2016.4.17 Shin Ho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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