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리

맑은 일요일.

어제 받은 자신감으로 일요일 오후 2시 다시 강으로 향했다. 오후 3시에 어제의 포인트에 도착해서 보니 물이 더 많이 줄어 있었다. 어제와 같은 스트리머 훅으로 공략하여 첫 번째 캐스팅에서 코앞까지 따라붙은 끄리(Opsarichthys uncirostris amurensis, Korean piscivorous chub)를 본 것이 이날의 마지막 한 마리이다. 이날은 캐스팅 위치로 족대를 대고 두 손으로 정성스럽게 돌을 뒤집어 주는 사람들(돌 밑에 숨어 있는 끄리들 숨지 말고 나와서 내 훅을 물으라고), 봄 나물을 하기 위해 딱 그 위치로 천천히(끄리가 절대 눈치 채지 못하게) 아주 천천히 강을 건너시는 이해심 많은 할머니, 카누를 타고 내 훅 뒤를 바짝 쫓는 외국인 3명(상류에서부터 힘 닫는데 까지 끄리를 몰고 와 주시는 분들), 심지어 지프차로 끄리 산란 장소를 난폭하게 짓밟으며 횡단하여 끄리 산란시기에 낚시를 해야 한다는 나의 죄책감을 덜어준 사람들. 정말 드물게 이렇게 많은 훌륭한 조건들이 하나로 어울러 졌음에도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잘 안 잡힐 때가 있는 법이다. 이날은 오히려 재빨리 끄리 잡기를 포기하고 플라이뱅크 사장님의 14번 마취브라운(March Brown#14) 드라이 훅(Dry Hook)으로 갈아타서 멋진 눈요기를 하며 여러 수의 갈겨니를 잡아냈다. 대부분이 추성이 난 수컷이었다. 끄리의 산란 시기가 벗꽃이 피는 시기와 같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내 기억에 약 20년 전 경주의 벗 꽃 축제가 4월 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혹시 기후 변화로 지금은 벗 꽃 피는 시기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여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는데 비슷하게 4월 초에 진행되고 있었다.

최근 끄리 개체 수가 전국적으로 폭주하고 있다는 글을 보았는데 여울에서 빠른 속도로 먹이 사냥을 하도록 진화해온 끄리에게 댐과 수로와 같이 고여있는 물이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먹이 사냥이 쉬워졌기 때문이 아닌지 추측한다는 내용이었다.

훅 이름이 재미있는데 이날 주로 사용한 마취브라운 훅은 3~5월 사이에 보이는 하루살이를 닮았다.

저녁 시간이 되며 물이 더 많이 빠졌고 해 질 녘 다시 8번 퀼윙화이트(Quill Wing White#8)로 바꾸었지만 이날 다시 끄리 얼굴을 보지는 못했다. 같은 장소라도 때에 따라 다른 상황을 나타냄을 알았다.

끄리는 손으로 만진 후에도 비린내가 나는지 의식하지 못했는데, 갈겨니는 손으로 잡았을 때 비린내가 많이 났고 잘 지워지지도 않았다.

비린내의 원인은 생선의 몸 속에서 삼투압을 조절하는 트라이메틸아민(Trimethylamine, TMA)이 미생물이나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생성된다고 한다. 삼투압 관리가 중요한 바다 생선에서 비린내가 유독 심하게 난다고 하며 TMA는 휘발성 물질이기 때문에 맛이 아니라 향으로 감지 된다고 한다. 어쩌면 물고기를 구우면 비린내가 잡힌다고 하는 것은 이것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방금 잡은 갈겨니에서 비린내가 나고 끄리는 비린내가 나지 않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갈겨니를 만지면 끈적거리는 점액이 유난히 많이 있는데 이 점액에 TMA라는 물질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일까? 점액은 단백질 성분으로 물고기의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비늘 층이 두껍지 않은 물고기는 단단한 형태의 비늘 대신에 점액질로 몸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점액이 있다고 한다. 점액에는 박테리아와 곰팡이를 죽일 수 있는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고 하며 지속적으로 교체되기 때문에 기생충을 떼어내는 역할도 한다고 되어있다. -2014.04.20 Shin Ho Chul

끄리 (Korean Piscivorous Ch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