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Shin Ho Chul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2016년 홍천강 끄리 산란터

일기예보에서 많은 비가 내린다고 한 일요일 아버지와 함께 지난 번 누치가리가 한창 이었던 여울을 찾았다.

여울 가운데 물살이 빠른 곳에서는 끄리가 산란 중이었고 여울의 가상자리에 수없이 많은 돌마자(Microphysogobio yaluensis)가 번식을 하고 있었다. 돌마자는 한국 고유종이다. 줄을 정리하기 위해 잠시 내려 놓은 플라이 줄에 끄리들이 끈적한 알을 잔뜩 붙여 놓았다.

처음에는 웻트 개미를 흘려 큼직한 누치를 걸었는데 이 녀석들은 간혹 끄리 무리 사이에 끼여 있었다. 두 번째 역시 누치가 물고 나왔다. 누치들은 끄리들 산란장소 근처를 돌아다니는 듯 했는데 누치가리 할 때 보다는 훨씬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난 번 누치가리와 같이 스트리머 앞 70센티미터 정도에 추를 달아 끄리가 산란하고 있는 곳으로 흘려 보내면 무섭게 달려 들었다.

더위에 지친 듯한 낚시꾼 하나가 갑자기 끄리 산란장소 중심으로 뛰어 들고 놀란 끄리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에 헤엄칠 여유를 잃고 때지어 물 위를 점프해가며 줄행랑을 놓는다. -2016.5.15 Shin Ho Chul

Barbel-steed
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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