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Shin Ho Chul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중국의 친링산맥(秦岭山脉)

정말 가보고 싶은 곳

 2021년에는 중국에서 플라이피싱을 갈 계획을 하고 있다. 샨시성(陕西省) 시안(西安)의 친링산맥의 북쪽(秦岭北麓)과 동북3성(흑룡강성, 길림성, 요녕성)의 여러 강과 계곡들을 열심히 조사 중이다. 그러던 중 회사일로 사천성의 미엔양(绵阳)으로 출장이 잡혔다.

 미엔양(绵阳市)은 베이징에서 비행기를 타면 3시간에 갈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기차(北京西站)를 타면 9시간이 걸리는 거리이다. 베이징과 광동성(广东省)의 광조우(广州市)를 연결하는 징강아오고속도로(京港澳高速公路, G4)를 따라 내려오며 허베이성(河北省)의 석가장(石家庄)을 지나고, 허난성(河南省) 정조우(郑州)에 도착 후에는 장강(长江)을 따라 서쪽의 상류로 이동하고 다시 장강 지류인 웨이허(渭河)를 따라가다 보면 샨시성(陕西省)의 시안(西安)에 도착한다. 시안에서부터는 베이징과 윈난성(云南省) 쿤밍(昆明)을 연결하는 징쿤고속도로(京昆高速, G5)를 따라서 친링산맥(秦岭山脉)을 넘어 사천성(四川省)의 면양(绵阳)에 도착할 수 있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기차표를 샀다.

 친링산맥(秦岭山脉)은 황하(黄河)와 장강(长江) 사이에 위치하며 중국 대륙을 남과 북으로 나누는 중요한 산맥인데 이 산맥 북쪽(秦岭北麓)과 남쪽(秦岭南麓)의 기후 차이가 뚜렸하다고 들었다. 실제 이번 출장에서 친링산맥 북쪽인 시안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지만 친링산맥을 넘어 가니 들판에 노란 유채꽃들이 활짝 피어 봄을 알리고 있었다.

 북경에서 시안(西安北站)까지의 이동 경로는 대부분이 평지이다 보니 계곡 보다는 강이나 평지를 흐르는 작은 지류들이 대다수였다. 시안과 면양 사이의 친링산맥을 넘으면서는 꽤 많은 강과 계곡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시안북역(西安北站)에서 친링산맥을 넘어가면서 터널 사이로 잠깐 잠깐 모습을 보여주었던 함박눈이 내리던 깊은 협곡속의 계곡은 인상 깊었다. 날씨가 조금 따뜻해지는 4월말이나 5월 초에 이곳을 꼭 방문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웨이허(渭河)의 지류로 열목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곳을 가려면 시안북역에서 내려 차로 이동해야 한다. 웨이허(渭河) 상류 바오지시(宝鸡市)는 강태공(姜子牙)이 낚시하던 곳이다.

 꽤 긴 시간 어두운 터널들을 지나고 나서 드디어 친링상맥의 남쪽(秦岭南麓)으로 나온 듯했다. 물길이 있는 곳에는 항상 작은 마을들이 있었는데 아기자기하고 예쁜 마을들이 꽤 많이 보였다. 대부분 밭에 유채를 빼곡히 심어두어서 집들 사이사이의 네모난 밭에 노란 유채꽃이 만발해 있었다.

 목적지인 미엔양(绵阳)에 도착하기 직전 이름이 재미있는 도시 쟝요시(江油市)를 지나 왔다. 후에 알게 되었는데 미엔양에 사는 사람들은 4월이 되면 밤에도 춥지 않을 정도로 날씨가 따뜻해져서 이곳 쟝요시 푸강(涪江)의 상류에 있는 양마시아(养马侠)로 캠핑을 가곤 한다고 한다. 푸강(涪江) 상류 지류인 양마시아(养马侠)에 관해 인터넷에서 사진 검색을 하니 큰 바위들이 많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다. 이곳도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기차로 간다면 장요시(江油市)에서 내려 60킬로미터 거리를 차로 이동해야 한다.

 푸강을 따라 하류로 이동, 잠시 후에 이번 목적지인 미엔양시(绵阳)에 도착하였다. 푸강(涪江)과 푸강의 지류인 안창허(安昌河) 사이에 위치해 있는 호텔을 예약하였다. 푸강은 장강(长江)의 큰 지류인 지아링강(嘉陵江)의 지류이다. 안창허 상류에는 베이추안치앙주(北川羌族) 소수민족 차치구가 있는데 2008년 큰 지진으로 본래 있던 마을에서 2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새로운 마을을 이루어 살고 있었다. 미엔양시에서 50킬로미터 정도로 차로 2시간 정도 가면 예전 마을이 있던 곳에 갈 수 있다고 했다. 다음번에 출장을 오게 되면 2~3일 정도 시간을 내어 안창허 최상류를 탐색해 볼 생각이다.

 2박 3일의 출장 일정 중 기차를 타고 18시간을 오가며 수많은 강과 계곡 그리고 도시들을 지나왔다. 기차 밖의 풍경과 휴대폰 속의 지도를 번갈아 가며 내가 지나온 곳들, 특히 다음 목적지가 될 수 있을 계곡들을 마음에 한가득 담으며 조금 힘들었지만 너무나도 즐거웠던 여행이 되었다.

 오늘은 음력 1월 15일 정월 대보름으로 중국에서는 위엔시아오지에(元宵节)라고 하여 오늘이 지나야 설을 온전히 보낸 것이 되어 중요한 날이다. 다행이도 저녁 늦게라도 집에 들어와 가족들과 오손도손 이야기하며 잠들 수 있었다. - 2021.2.26 신호철     글목록

중국의 친링산맥
중국의 친링산맥(秦岭南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