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한 곳은 샨시성(陕西省) 시안시(西安市) 후이구(鄠邑区)의 진롱협곡(金龙峡). 지난 2월 기차에서 잠깐 보였던 눈이펑펑 내리던 인상깊은 풍경의 협곡에 드디어 도착하였다.
기차에서 보았던 풍경에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닺지 않은 야생을 상상하며 두려움 반 기대 반에 준비를 했었는데 현실은 잘개발되어 있는 관광지였다.
계곡의 하류까지 차로 이동을 했고 차를 내린 곳에는 많은 숙박 시설과 가게들이 양 옆으로 빼곡히 줄서 있었다. 본격적으로 계곡을 오르는 입구에서 60위안을 주고 입장료를 구매했다. 얼마 가지 않아 족히 50미터는 되어 보이는 작은 댐이 막고 있었다. 잔뜩 준비해온 사과와 먹을 것들이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계곡 양 옆은 대부분 험한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 절벽 밑으로 한 사람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크기의 작은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산 등성을 따라 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과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로 나뉘었는데 나는 계곡을 따라 오르기시작 했다.
길이 갈라지는 곳 작은 가게에서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최근 홍수에 물고기가 거의 다 떠내려가서 고기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계곡의 수량은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물이 굉장히 맑고 큰 바위들이 즐비하다. 소량의 산천어가 살기에는 문제없어 보였다.
산 중턱에서 아버님과 옛날부터 이곳에 살고 계신 표정이 좋으신 어르신이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아궁이에 솥을올려 물을 끓이며 국수 장사를 하고 계셨는데 요포면(油泼面, 기름 부은 면) 한 그릇 배 부르게 얻어먹었다. 처음에 요포면이 뭐냐고 물으니 보면 안다고 하셨는데 손으로 5센티미터 정도 폭으로 면을 쳐서 솥에 야채와 끓인 후 찬물에 씻지 않고 그릇에 담은 후 소금, 다진마늘, 고추가루를 올리고 큰 쇠 국자로 하나 가득 식용유를 끓여 면 위에 부었다. 엄청 느끼할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고소하고 향이 좋았다. 식용유를 많이 넣는 이유는 면이 뭉치지 않게 하는 목적이 있어 적게 넣으면 면이 맛이 없어지고 느끼한 걸 막기 위해 직접 땅콩으로 만든 식용유를 쓴다고 하셨다.
이날은 날이 흐리고 어제 비까지 내려 주말에는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인데 오늘은 사람이 없다고 하셨다. 조상 대대로 이 산속에서 살고 있는데 2007년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같이 살던 100가구 가까이 되던 마을 사람들은 모두 산 밑으로 옮겨 갔고 본인만 아버지와 이곳에 살고 있다고 하셨다. 토종 벌을 길러 꿀도 팔고 약초도 케서 팔고 계셨다. 다른 가족들은 산 밑의 마을에서 지내고 왔다 갔다 하며 지내고 계셨다. 왠지 산을 떠날 수 없는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엄지와 검지를 조금 아껴서 벌리며 계곡에는 이 정도 크기의 우린위(无鳞鲑, 비늘 없는 물고기)가 있는데 4월 중순은 되어야 나온다고 하셨다. 느낌에는 버들치를 말하는 것 같은데 보호어종이라고 해서 정확히 모르겠다. 물고기를 잡으려면 멀지 않은 다른 계곡을 가라고 추천해 주시며 놀라는 표정으로 이번에는 두 손을 넓게 버리며 그 곳에 가면 이따 만한 물고기가 있다고 하시는데 왠지 열목어 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있으니 사람들이 하나 둘 올라오기 시작했고 나는 가방 가득 들어있는 사과 중 2개를 꺼내 나누어 드리고 상류로 계속 올라갔다. 15리(약 5킬로미터의 거리인데 나중에 이곳 분들이 거리를 물으면 대부분 15리라고 하신다는 걸 알았다) 정도 길이 더 나 있고 그 위로는 아직 길을 만들지 못했다고 하셔서 은근히 기대를 했다.
길 끝에 도착해서 보니 왜 길을 더 만들지 못했는지 알게 되었다. 양 옆으로 절벽이고 갑자기 좁아지는 공간 사이로 계곡물이 흐르고 있어 사람이 들어 갈 수조차 없는 구간이었기 때문이다. 여길 지나가려면 양 옆이 절벽이라 아래로 한참을 돌아가 산을 타고 넘어가야 하는데 절벽이 많고 산이 너무 위험해 보여 여기서 포기하기로 하였다.
결국 플라이 줄은 꺼내 보지도 못했다. 그래도 오래간 만에 깊은 계곡 물과 맑은 공기에 정신이 맑아지는 듯했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알게 되었기에 더욱 좋았다.
내려오는 길에 간혹 계곡 물에 버려진 플라스틱 물통을 주워 쓰리기통에 넣으며 다음 일정을 생각하다가 산 속 아저씨가알려 주신 계곡에 가 보기로 했다. -2021.3.20 신호철 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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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西安 鄠邑区 金陵峡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