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Shin Ho Chul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중국 친링산맥 남쪽(秦岭南麓)의 3월 풍경

시안(西安)에서 미엔양(绵阳)으로 이동하며 친링산맥을 넘어가는 길. 얼마전 같은 길을 지나며 눈에 담았던 풍경들. 특히맑은 계곡물이 나를 많이 설레이게 만든다. 산맥을 넘으니 노란 유채꽃이 곳곳에 활짝 피었다. 한적해 보이는 마을, 오손도손 모여 있는 집들, 그 사이사이를 가득 채운 유채꽃 풍경을 하나 가득 담아 보았다. 

유채꽃(油菜花)은 반드시 추운 겨울을 지나야만 꽃이 피는 특성(春化)이 있어 이곳에서는 10월에 씨를 뿌려야 3월에 유채꽃 만개한 꽃바다(花海)를 볼 수 있다. 추위를 격지 않으면 자라기는 하지만 꽃을 피우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가을에도 유채꽃을 들판 가득 피워 관광객을 모으기 위해 여름에 씨를 냉동 처리했다가 심는 곳이 있는데 유채는 여름에 창궐하는 곤충에 면역력이 너무 약해 꽃이 필때까지 건강하게 키우려면 특별한 정성이 필요하다고 한다. 

내일은 아침 일찍 다시 왔던 길을 따라 친링산맥 북쪽(秦岭北麓)으로 넘어가 강태공이 낚시했던 곳과 멀지 않은, 웨이허(渭河)의 어느 지류에서 플라이 라인을 날리고 있을 것이다. - 2021.3.19 Shin Ho Ch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