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Shin Ho Chul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시안(西安) 계곡 플라이피싱 3/3

야생 열목어와의 만남

어제 저녁에는 시안 시내에서 마침 회사 업무로 출장나와 있는 오랜 친구를 만났다. 같은 호텔을 잡고 근처에서 맛있게 저녁을 먹으며 최근 일어난 중요한 사건들(?)을 공유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른 저녁 시간 각자 숙소로 돌아갔고 나는 간단히 씻은 후 바로 잠이 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어제 조행기를 정리하고 계획보다 조금 늦게 호텔에서 나왔다. 

9시쯤 본격적으로 계곡이 시작되는 핑이엔시아촌(平沿峡村)이라는 깨끗한 마을을 지나 상류에 있는 타이핑국립숲공원(太平国家森林公园) 입구로 향한다.

사실 어제 오후 3:30에 왔었는데 곧 어두워지고 4:30에는 내려와야 해서 매표소 아가씨는 올라가지 말라고 말렸다. 그래서 다음날(오늘) 8:30 개장 시간에 다시 오기로 했던 것이다. 매표소 입구까지 계곡은 어제 한번 보았던 구간인데 어제 처음 이곳을 보고는 계곡이 너무나 좋아 감동을 받았다. 어제도 잠깐 플라이훅을 날려 보았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다. 

마을 입구에서 등산객들은 모두 휴대폰으로 등산 앱에 등록을 해야 한다. 산에서 길을 잃는 사람이 많기 때문인데 앱을 통해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마을 사이에 있는 타이핑사찰(太平寺)을 지난다. 꽤 큰 마을인데 여름 한철 장사를 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아직은 많은 집들이 비어 있었다.

공원 입구까지 10킬로미터를 차를 타고 계곡을 따라 올라가며 오후에 낚시할 만한 곳을 미리 봐 두었다. 

오전 일찍 매표소에 다시 섰다. 60위안에 표를 구매하는데 어제 직원이 나를 기억하고 웃으며 오늘은 즐거운 여행이 되라며 축하해 준다. 

입구부터 수려한 계곡 경관에 마음이 탁 트인다. 위로 오를 수록 나타나는 웅장한 풍경에 좀 전까지 낚시 생각만 하던 마음이 작아지고 작아져 한없이 작아져버렸다. 

시안은 중국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인데 이제는 내가 가장 살고 싶은 곳이 되었다. 

계곡 본류 옆으로 작은 지류가 있는 곳에는 대부분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있었고 몇몇은 어떤 목적에서인지 지금도 집이 남아 있었다. 

입구에서 본격적인 관광 코스까지 걸어서 40분 거리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걸을 수 있다면 걸어갈 것을 추천한다.

40분 정도 걸어 도착한 주차장은 차로 올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이고 머리가 새하얀 할머니와 한 가족이 여기에서 살고 계셨다. 이곳 관리를 겸하고 있다고 한다. 

길을 따라 계곡을 오르며 어제 시안 시내에서 만난 친구가 사준 저녁을 먹고 남은 시안식 통닭과 시안식 족발을 봉지에 담아 가지고 왔는데 맛있는 점심식사가 되었다. 사실 시안은 낚시 이야기만 하기에는 너무 억울한 도시인데 기회가 된다면 따로 소개할 생각이다.

중간에 이유를 알 수 없는 둑을 만들어 놓았는데 만약 이곳에 열목어가 있다면 4월 산란철에 이곳을 지나기가 쉽지 않을것 같았다. 봄에 어도 만들러(?) 한 번 더 와야겠다.

위쪽으로 2미터 정도 깊이의 수심으로 물이 고여 있는데 물이 투명하고 맑아 바람이 불지 않으면 멀리까지 보였다. 혹시 커다란 열목어가 보이지 않을까하여 한참을 바라보았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한 여름 관광객들의 물놀이를 위해 만들어 놓은 듯했다. 

마침 공원 관리인 완장을 차신 4분이 옆을 지나가셔서 물어보니 수영은 못한다고 한다. 여기서 4년째 일하고 계신 분들로 매일 산을 올라 오후 4:30에 내려온다고 했다. 열목어 낚시하러 왔는데 한마리도 안 보인다고 했더니 어느 소 옆에 서서 잠깐 보시더니 손가락으로 바위 옆을 가리치신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먹이를 먹을때 마다 입속이 하얗게 비치는 큼직한 열목어 두 마리가 열심히 헤엄치며 뭔가를 먹고 있다! 눈도 좋고 감도 좋으신 분이셨다. 매일 이 산을 오른다고는 하지만 관심이 없으면 알 수 없을 것이다. 나도 나름 잘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치 마법을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4월 산란철에는 더 많이 보이는데 수십 마리씩은 아니고 몇 마리가 모여 산란하고 꽤 큰 개체들이 있다고 한다.
 
정상에 무지개 폭포는 아직 얼음이 녹지 않아 볼만 하다며 빨리 올라가면 3시간 정도면 도달한다고 하는데 아직도 3시간을 더 가야 한다니 너무 멀다. 그래도 가다보면 케이블카도 있어 보고 가라고 하셔서 한참을 같이 걸어 올랐다. 

올라가는 길에 계곡이 두 개로 나뉘었는데 왼쪽의 본류(栖禅谷景区)는 아직 길이 만들어지지 않아 산림원이 못 들어가게 막고 있어 오른쪽으로(黄羊坝景区)로 올라갔다. 올라온 뒤쪽은 스먼구간(石门景区) 이다. 

30분 정도 더 올라가다가 무지개 폭포 해발 2400미터 안내문이 보였다. 깔끔하게 포기하고 뒤돌아섰다. 해가 들어오는 오전 10시에서 해가 떨어지는 1시 사이 습도가 높은날 무지개가 보인다고 한다. 협곡 속이라 해가 빨리 진다고 했다.

오후 일정을 위해 다음번에 한 번 더 오기로 하고서 12:30에 오르던 길을 뒤로하고 뒤돌아섰다. 

내려오는 길 한국에서 자주 보던 물까마귀가 바위에 앉아 있다.

내려오는 길에 아까 열목어를 보았던 소에서 다시 열목어를 찾아보았는데 바닦에 굉장히 큰 열목어와 크고 작은 개체들이 뭔가를 열심히 먹고 있었다. 1:30 쯤 되었고 소의 반 정도는 햇살이 잘 들어오고 나머지 반은 음지인 곳. 얼핏 40센티미터 정도 되 보이는 큰 녀석은 여울 바닥에서 살짝 살짝 오르락 내리락 하며 떠내려 오는 뭔가를 열심히 먹고 있는데 먹을때 마다 하얀 입이 눈에 띈다. 30센티미터 정도 되는 녀석들은 여울 구석구석을 놀이터처럼 돌아다닌다. 

공원밖으로 나왔을때는 오후 2시. 계속 하류로 내려가며 낚시할 만한 곳을 탐색했다. 햇살이 들어오고 수심이 얕은 소를 찾아 드라이훅으로 해 볼 생각이다.

내려오던 중 좋은 곳이 보여 한시간 동안 낚시. 아직까지는 산 위의 얼음 녹은 물이 내려와서 물이 굉장히 차다. 

매일 저녁 한 두 시간을 걸으며 이런 풍경의 계곡과 바닷가 길을 걷는 상상을 했었기에 너무나 행복 했다. 

6킬로미터 정도를 걸어 내려오니 마을(管平村)의 첫 집이 나왔다. 플라이훅을 던져 놓고 싶은 곳이 보여 내려가 계곡물에 손을 담궜는데 여전히 얼음 같이 차다. 한 시간을 더 걸어 내려가며 풍경을 마음에 담을까? 여기서 한 시간 낚시를 할까 고민이 된다. 결국 더 걷기로 하고 계곡을 따라 계속 내려 갔다.

마을에 들어서며 도로가 산과 마을 사이를 가로질러 가기 때문에 잠깐동안 계곡이 보이지 않는다. 다음에 낚시를 한다면이 구간을 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마을 입구에서 물어보니 친링순환도로까지 15리를 더 가야 한다고 한다. 한시간 반정도 계곡을 따라 더 걷다가 차로 후이역(鄠邑站)까지 갈 생각이다. 아랫 마을 뒤쪽 계곡에는 넓은 자갈밭도 있고 험악하던 산세도 많이 누그러 들었다. 
 
마을을 지나오며 갑자기 많이 피곤해졌는데 가방안의 마지막 남은 사과가 떠올랐다. 

타이핑구어지아선린공원 입구에서 9킬로미터쯤 내려오니 5시가 되었다. 매일 매일 한 두 시간 걸으며 나름 체력을 길렀지만 하루 종일 걸었더니 많이 지친다. 계곡에는 이제 모래도 많이 보인다. 계곡 풍광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이는 어느 마을 앞에서 기차역 갈 차를 불렀다. 앉아서 해가 산 뒤로 넘어가는 풍경을 한참을 보았다. 해는 마지막 순간까지 따뜻한 온기를 계곡물에 쏟아내며 산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는 기사는 7,8,9 월에는 시안 주민들이 차를 가지고 이곳 계곡에서 더위를 식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길도 많이 막히고 계곡 속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다고 한다.

기차역(鄠邑站)에 도착하여 대기실 의자에 앉아있다. 1박 2일의 여정이 꿈만 같이 흘러갔다. 기차를 타기 위해 밖으로 나갔는데 오른쪽으로 친링산맥(秦岭山脉)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었다. 곧 다시 만나기를. -2021.3.21 Shin Ho Chul   

秦岭北麓 太平河
秦岭北麓 太平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