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Shin Ho Chul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가족과 함께한 중국 시안(西安) 여행 3

친링산맥(秦岭山脉)

4/23(금요일)

여행 준비를 하면서 첫째와 샨시성(陕西省) 지리 지도를 보며 산맥의 북쪽(秦岭北麓)으로 떨어지는 빗방울들은 모여서 황허(黄河)로 흘러가고 산맥의 남쪽(秦岭南麓)으로 떨어지는 빗방울들은 모여서 창지앙(长江)으로 흘러간다며 분수령(分水岭)을 설명했었다. 4살때부터 경주의 산과 계곡을 놀이터 삼아 자랐고 지금도 틈만 나면 자연속으로 들어가려는 나와 다르게 아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도심속에서 지내다 보니 이번 여행에서 꼭 데리고 오고 싶었던 곳이 이곳 친링산맥(秦岭山脉)의 타이핑국립숲공원(太平国家森林公园)이다. 

일기 예보에 비소식이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실제로 날씨가 많이 흐리다. 장인어른이 힘들어 하시지 않을까 잠깐 고민하고 있는데 현명한 아내가 우비도 준비해 왔으니 일단 가보자고 한다. 

흐린 날씨에 가려져 병풍처럼 서 있는 웅장한 친링산맥(秦岭山脉)을 다 볼수는 없었지만 안개 틈틈이 보이는 높은 산들을 가리키며 최대한 느낌을 전달해 주려고 노력했다. 

산길에 들어서자 그래도 다행히 산속 풍경들이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번 하루종일 걸어서 마음에 담았던 풍경들을 한달만에 가족들과 같이 지나가고 있다. 중간 중간 특히 기억에 남는 장소에 차를 멈추고 내려 계곡 풍경을 감상했다. 공원 입구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오전 10시였다. 점심 시간 까지만 등산하기로 어제 저녁 가족들과 상의 했었기에 공원 입구에서 차를 타지 않고 2시간 정도 등산하고 내려 올때는 공원 차를 타고 내려오기로 했다. 

자연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수려한 풍경속을 걷다보면 그동안 쌓였던 피로와 짜증들을 잊게 된다(재미있을 것 같은 공원 차를 타지 않는다고 틈틈이 길 위에 돌아 앉아 항의하는 둘째만 빼고). 우리의 마음을 크고 맑게 한다. 잠깐의 등산에 모두들 표정이 편안해졌다. 

열목어를 찾기위해 틈틈이 계곡 물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는데 확실히 날이 따뜻해져서인지 물 표면에 떠내려 오는 뭔가를 열심히 먹는 열목어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산천어가 느긋하게 수면으로 올라와 먹이를 먹는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열목어는 굉장히 민첩하게 헤엄쳐 다녔다. 그러던 중 얕은 여울 윗쪽 약간의 모래가 모여있는 곳에 여러마리(8마리 정도) 큼직한 열목어들이 모여 짝을 찾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가족들이 모두 한눈에 찾을 정도로 크고(약 40센티미터) 숫자가 많았다. 둘째는 이때부터 흥미가 붙어 내 손을 잡고 틈틈이 같이 여울을 살폈다. 

조금 더 걷다보니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한다. 우리는 차가 올라갈 수 있는 도로의 끝에 거의 도착해 있었기에 우비를 꺼내 입고 비를 맞으며 조금 더 걸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걷기 싫어하던 둘째는 비가 내리자 누구보다 흥겨워하며 누나와 길을 걷는다. 

봄이 되어 연한 녹색의 이불을 덮은 산에 진홍색의 박태기꽃(紫荆花, zi jing hua)이 수를 놓고 있었다. 

12시가 조금 넘어 우리는 공원 차를 타고 공원 입구로 내려왔다. 모두들 조금 지쳤지만 표정이 좋았다. 

지난번에 혼자 왔을때 수량이 적당한 지류의 나무 그늘 아래에서 시원하게 상을 펴고 맛있게 점심을 먹던 사람들이 특히 기억에 남아 그 곳 식당에 들러 보았다. 비도 오고 주말도 아니라 손님이 하나도 없었는데 사장님께 점심 식사가 가능한지 물었더니 가능하다고 하시며 집에서 기르던 토종닭을 잡아주겠다고 하신다. 장인 어른께 물으니 먹어보자고 하셔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닭을 잡고 요리하는데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여 우리는 산장도 돌아보고 계곡에 내려가 예쁜 돌들도 주우며 시간을 보냈다. 예상 밖에도 아이들은 사장님이 닭을 잡는 모습에 호기심을 느끼고 유심히 가까이서 보고 싶어 했다. 어려서 부터 이곳에서 나고 자란 사장님은 아내와 함께 산장을 운영하고 계셨는데 뜰 한켠의 연못에는 차가운 계곡물이 항시 콸콸콸 흐르게 해 노란 송어들이 건강하게 헤엄치고 있었고 닭 우리도 계곡 옆에 넓고 아름답게 만들어 놓았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깔끔하게 관리하고 계셨는데 그 분의 성격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잠깐 앞의 계곡에 사는 열목어 이야기를 하였는데 깜짝 놀라시는 표정에 어떻게 알았냐고 하신다. 두팔을 넓게 벌리며 어렸을때는 바로 앞의 물에도 큼직한 열목어가 꽤 있었는데 지금은 공원 바깥의 하류쪽으로는 개체수가 많지 않다고 했다. 

기다리던 요리가 다 되었다. 닭이 커서 반마리는 특별한 양념 없이 심심하게 (인삼 없는)삼계탕을 하고 반마리는 큼직하게썬 감자를 넣고 매콤하게 닭도리탕을 하셨다. 따뜻한 국 국물은 속을 따뜻하게 해 주었고 매콤한 닭고기는 식욕을 돋우었다. 아이들은 사장님이 해 주신 계란과 토마토로 요리한 시홍스차오지단(西红柿炒鸡蛋)을 남기지 않고 먹었다. 몇일간의 여행으로 지쳐있던 우리에게 무엇보다 의미 있는 한끼 식사가 되었고 그런 음식을 대접해 주신 사장님께 너무나 감사했다. 

저녁에는 비가 많이 왔는데 밖에 나가지 않고 점심에 양이 너무 많아 남겨온 닭도리탕에 배추를 썰어 넣고 끓여서 면과 같이 먹으니 조촐하지만 맛있는 저녁식사가 되었다.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순리적으로 풀어가려고 노력하니 중간중간 크고 작은 불협화음은 있었으나 그래도 전체적으로 평화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2021.4.23 신호철  

친링산맥-秦岭山脉
친링산맥(秦岭山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