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Shin Ho Chul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가족과 함께한 중국 시안(西安) 여행 2

빙마용(兵马俑)

4/22(목요일)

 이것저것 처리해야 할 회사일들 생각에 새벽 일찍 눈을 떴다. 거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주섬주섬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조금 있으니 첫째가 일어나 거실에 걸려 있는 그네(秋千)에 앉는다. 곧 둘째도 일어나 커다란 포크레인에 앉는다. 다행이도 충분히 잠을 잔 듯한 표정들이다. 

 오늘은 약 2000년전 만들어진 친스황(秦始皇)의 병마용에 가기로 했다. 시안시에서 동북쪽으로 42킬로미터로 차로 한 시간 거리. 진시황릉 동쪽 1킬로미터 거리에 있다. 진시황릉은 아직 도굴되지 않은 무덤으로 도굴되지 않은 무덤은 열지 않는 관례가 있어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10시쯤 출발, 빙마용(兵马俑)에 도착 했을때는 11시였다. 출구쪽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인터넷으로표를 구매했다(2019년 겨울 마지막에 왔을때만 해도 매표소에서 표를 팔았는데 지금은 외국인만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중국 신분증을 가진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구매하도록 되어 있었다). 매표소 옆에 있는 정식 가이드 사무실에서 가이드 한분께 안내를 부탁했다. 

 1974년 이곳 주민이 우물을 파다가 우연히 병마용을 발견하기 전까지 이곳에는 마을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주변으로 이전하고 이곳을 숲공원으로 꾸며 놓았다. 매표소에서 15분 정도 숲을 걸어가면 병마용 입구에 도착한다. 병마용 남쪽으로 산이 하나 보이는데 리산(骊山)으로 친링산맥(秦岭山脉)에 속하고 어제 박물관에서 본 약 100만년전의 직립 보행 인류 란티엔런(蓝田人)이 발견된 란티엔현(蓝田县)이 저 산 아래에 있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먼저 오른쪽의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1호 청동 마차(진품), 2호 청동 마차(우리가 갔을때 2호 마차 진품은 다른 도시의 전시장에 가 있었고 이곳에는 복제품이 전시되어 있었다)를 관람했다. 볼때마다 그 크기와 잘 표현된 생동감에 굉장하다고 느끼게 하는 유물이다. 출토 당시 산산조각이 나 있던 것을 하나하나 8년에 걸쳐 조립하였는데 2000년전에 벌써 부품별로 필요한 강성에 따라 다른 비율의 청동 합금을 사용했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청동 마차를 본 후에는 1호갱, 2호갱, 3호갱 순서로 관람을 하였다. 우리가 흔히 책이나 매체를 통해 보는 곳은 1호갱으로 그 규모가 가장 크다. 병마용이 특히 중요시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규모와 크기에 있다. 일반적으로 용(俑)의 크기는 실제 크기의 축소판으로 만들어지는데 빙마용(兵马俑)은 실제 크기로 만들어졌다. 1974년 발견 후 아직 까지도 발굴이 완료되지 않았는데 한쪽에서는 아직도 발굴이 한창이다. 지하 3미터에 만들고 나무로 지붕을 했었는데 항우(项羽)에 의해 불타 없어졌고 도자기와 같이 구워서 만든 용(俑)들은 거의 다 산산조각이 났다(유일하게 파손되지 않고 발견된 용 하나가 2호갱에 전시되어 있다). 산산조각난 파편들을 조립하여 복원하는데 굉장히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2시간 넘게 가이드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관람을 하면서 모두들 많이 지쳐 보였다. 특히 장인어른과 둘째는 3호갱을 보고 나서는 밖에 공원에서 쉬기를 원했다. 근처에서 점심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어렵게 예약한 대형 야외 공연(华清池的长恨歌)을 관람할 계획이었으나 이미 반나절 동안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 장인어른과 자꾸 집에 가자는 둘째의 성화에 결국 오후 일정은 모두 접고 숙소로 향했다. 

 처음으로 어른 아이 모두 같이 장기간 여행을 하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있었다. 그 중 중요한 부분이 개인별 체력이었다. 연령대가 다양하다보니 차이가 컸다. 이날 오후는 이러한 균형을 잘 맞추지 못했다. 공연을 너무나 보고싶어 했던 아내와 첫째는 실망이 컸다. 야외 공연이고 남은 여정에는 모두 비소식이 있어 공연이 없을 가능성이 컸다. 

 시안(西安)은 수많은 역사적 지리적 매력을 품은 도시이다. 4박 5일의 짧은 시간 동안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은 굉장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보는 것 보다는 가족들에게 시안이 얼마나 매력적인 도시인지 느끼게 해 주고 싶다. 이러한 초심을 잃지 않고 내일부터는 가족들 개개인의 체력을 좀 더 잘 살펴가며 일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 2021.4.22 신호철   

병마용
The Museum of Qin Terra-cotta Warriors and Hors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