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5일의 첫 단추
지난번 혼자서 시안(西安) 여행을 다녀온 후 가족들과 같이 다녀오고 싶다고 느껴 계획을 세우고 가족들과 상의하며 준비를 했다. 시안 지도를 사서 아이들과 우리가 갈 곳을 조사하고 중국 지도를 구해 중국의 전체적인 지리 공부도 하며 우리의 여행은 한달 전부터 시작되었다.
4/21(수요일)
새벽 4시 30 분 기상, 사상 초유의 기상 시간에 아무 생각없이 잠들어 있던 둘째는 어마어마한 짜증을 퍼 부었고(아빠가 또 이상한 짓을 꾸민다고 생각 했을 것이다) 벌써 한달 가까이 오늘을 기다려온 첫째는 씩씩하게 일어난다.
05:00 집에서 출발, 전날 마윈 아저씨의 앱(didi)으로 7인승 차량을 예약해 두었었다. 7년간 운전을 하고 있다는 기사분과새벽부터 직업의 전문성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한다. 세상에 쉬운일은 없다, 쉽게 볼 뿐이다.
05:40 북경수도공항(T2) 도착
07:00 북경수도공항(T2)에서 이륙하여 09:10 시엔양공항(T2) 도착, 혹시 착륙전에 비행기 창문 넘어로 화산(华山)을 볼 수 있을까 기대 했지만 날씨가 많이 흐리다.
10:30 시엔양공항 야외 주차장에서 미리 대여한 차량을 받아 샨시역사박물관으로 출발한다. 50킬로미터 정도로 한시간거리. 웨이허(渭河)를 건넌다.
11:30 샨시리스보우관(陕西历史博物馆) 도착, 사전 인터넷 예약한 12:30이 안되어 표를 받을 수 없다고해서 점심 먼저 먹기로 하고 박물관 뒷쪽에서 요포면(油泼面, 기름 부은 면)으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해당 박물관은 반드시 사전 인터넷 예약이 필요하다.
12:30 - 15:30 샨시역사박물관(陕西历史博物馆) 관람. 일주일 전에 무료표를 예약하려고 했더니 이미 예약이 다 차 있었다. 매일 오후 6시에 추가 표가 생성된다고 하여 해당 기회를 기다려 어렵게 예약이 되었다(비용도 추가로 조금 발생).
전시장은 1964년 샨시성(陕西省蓝田县公王岭)에서 발견된 약 100만년 전의 구석기시대 직립 보행 인류 란티엔런(蓝田人, Homo erectus lantianensis)에서 시작하여 시대 순으로 정리되고 있었다. 울퉁 불퉁한 비대칭의 유물들이 전시되는 석기시대 까지는 9살 첫째와 5살 둘째는 마치 친구들의 작품 감상을 하듯이 평화로운 마음으로 관람을 하더니 청동(bronze)으로 만든 거의 완벽에 가까운 좌우 대칭의 유물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감탄들이 여러번 쏟아져 나왔고 금(Gold)과 함께 화려하고 날카롭고 웅장한 유물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급 피곤함을 느끼는 듯했다. 그때부터 첫째는 벽화등에 좀더 관심을 보이는 듯했다. 아직 글을 모르는 둘째는 일찍부터 개구리로 변신하여 전시장 바닥과 유리창에 붙어 다니기 시작했다. 결국 당(唐) 유물까지 보고는 더 이상의 관람을 포기, 다음번에 다시 한번 오기로 하고 반 정도 본 상태에서 철수를 결정했다(총 7번 전시장까지 있었고 3번 전시장까지 관람). 굉장한 양의 유물들에 어른들도 힘들었다. 이번 여행 중에 꼭 한 번 다시 와보고 싶지만 어떻게 될지는 좀 더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위진남북조(魏晋南北朝, 중국은 그 전까지 도교가 성행했으나 이때부터 불교가 이념 통일을 위해 중요시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해당 전시장은 갑자기 큰 불상으로 시작되었다)의 전시와 당(唐朝)의 화려한 유물 전시 내용이 특히 기억에 남을 듯하다.
16:00 숙소 도착. 주차 공간 찾기가 어려워 혼자서 한시간 가까이 헤매었다. 짐정리 및 씻고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가짐. 어린이 놀이터를 주제로 한 민막을 잡았는데 집안 가득한 놀이기구에 아이들의 에너지는 다시 백프로로 충전된 듯했다.
18:00 숙소에서 200미터 거리에 있는 식당(大厨小馆)에서 저녁식사. 2019년 잦은 시안 출장 때도 그리고 지난번 여행에서도 매번 실망시키지 않았던 식당에서 적절하게 에너지를 보충했다.
20:00 본래는 저녁식사 후에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다이엔타(大雁塔)도 보고 가까운 곳에 있는 중국의 저렴하고 특색있는 운동화 매점(多走路)도 둘러볼 계획이었으나 밥먹으며 졸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다음에 가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이동하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적응하고 처음 보는 놀라운 유물들을 보느라 일정을 느슨하게 계획 했음에도 다들 많이 지쳐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들 9시가 되기 전에 조용히 침대 속으로 파고 들었다. 가족들과 함께한 시안(西安)에서의 첫날밤이 그렇게 조용히 잠들어 가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는 화려한 다이엔타(大雁塔)의 등불들이 빛나고 있었다. - 2021.4.21 신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