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Shin Ho Chul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산박하(Mountain isodon)

강원도의 계곡을 걷다가 발견한 보라색 야생화.

계곡을 내려오는 중 흡사 깻잎과 비슷하게 생긴 작은 잎을 가진 처음보는 야생화가 있어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야생화, 보라색꽃, 가을’의 검색어로 검색해 보았는데 검색 결과 산박하(학명: Isodon inflexus)가 가장 비슷해 보이지만 본래 분류가 어려운 종인 듯 같은 이름에 다른 사진들이 붙어 있는 자료가 많아 햇갈린다.

국립식물원 홈페이지(www.nature.go.kr)에서 2019년 개정판 국가표준식물목록 엑셀버전을 다운 받을 수 있었는데 꿀풀과(Lamiaceae) 산박하속(Isodon)은 아래와 같이 4종 3변종으로 분류되고 있었다.

1. 오리방풀(O ri bang pul), Tailed-leaf isodon, I. excisus,

2. 산박하(San bak ha), Mountain isodon, I. inflexus,
   털산박하(Teol san bak ha), Hairy-leaf mountain isodon, I. inflexus var. canescens,
   영도산박하(Yeong do san bak ha) Small-leaf mountain isodon, I. inflexus var. microphyllus,
   긴잎산박하(Gin ip san bak ha) Long-leaf mountain isodon, I. inflexus var. transiticus,

3. 방아풀(Bang a pul), East Asian soup-mint, I. japonicuc,

4. 자주방아풀(Ja ju bang a pul) Purple-leaf bangahpul, I. serra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사진으로 한참을 비교했을 때 산박하(영명: Mountain isodon)인 듯한데 장담할 수는 없다. 정확한 이름을 찾기 위해 간단하게 생각하고 시작한 검색에 반나절이 소모되었다. 사실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깻잎과 비슷하게 생긴 이 식물의 맛과 효능등이었는데 이름조차 정확하게 구분되지 않으니 먼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식물에 비하면 물고기 이름 찾기가 훨씬 쉬운 듯하다. 참고로 산박하에서는 향이 나지 않고 방아풀에서는 향이 난다고 한다. 눈으로 보이는 것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다보니 깻잎 같은 잎을 보고서도 향을 맡아볼 생각을 못했음이 많이 아쉽다. 산박하가 맞다면 염증이나 해열에 효과가 조금 있다고 한다. -2019.10.3 Shin Ho Chul  

산박하
강원도 고성군(Goseong-gun) 산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