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Shin Ho Chul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잃고 나서 보이는 것들

맑은 강과 계곡

회사 업무로 중국 상해 근방의 남쪽 도시로 출장 중 낚시를 좋아하는 택시 기사를 만나 약 40분 동안의 이동 중 관련된 많은 정보들을 들을 수 있었다. 

상해 근방의 지아션현(嘉善县)이라는 도시였다. 이곳은 겨울에도 많이 춥지 않아 4개절 낚시가 가능하고 창지앙(长江) 하류 지역이면서 바다가 멀지 않아 호수와 강이 굉장히 많아 낚시 하기에는 최상의 조건을 가진 듯 했다. 대화 초반에는 겨울이 춥고 길며 큰 강이나 호수를 찾기 힘든 북경의 낚시 환경이 열악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물이 깨끗한지 무심히 던진 질문에 기사분의 표정이 어두워 졌다. 이곳의 수질은 장강을 포함한 주변의 크고작은지류들의 영향을 바로 받으며 근래에는 이러한 강들이 깨끗하지 않고 더군다나 산이 없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그런 맑고깨끗한 곳은 찾기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뒤늦게 깨달았다 내가 가진 것의 소중함을. 북경은 물이 귀하고 강이나 호수도 많지 않아 좋은 낚시 장소를 찾기가쉽진 않지만 그래도 가까이에 낚시할 수 있는 맑고 깨끗한 계곡과 강이 있다는 것을. 이러한 환경의 소중함을 느끼고 좀더 맑고 깨끗하게 보존하기 위해 나 스스로부터 좀 더 노력해야 함을 생각하게 된다. 

호텔에 도착해 하루종일 해도 끝나지 않는 업무를 좀더 보다가 오후 늦게 택시로 이동한 곳은 당나라(唐代)때 만들어져 지금까지 1000년을 살아 숨쉬고 있다는 중국 져지앙성(浙江省) 지아싱시(嘉兴市) 지아샨현(嘉善县)의 시탕구전(西塘古镇)이라는 마을이었다. 대부분이 숙박시설과 작은 식당 및 기념품 가게들로 운영되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조용한 마을 한켠은 밤이되면 젊은이들로 시끌벅적한 클럽과 운치있는 라이브 카페들이 모여 있어 특별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소중하지만 항상 곁에 있어 그 소중함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지나가는 것들. 오늘은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잠이든다. - 2021.4.12 Shin Ho Chul   

西塘古镇
西塘古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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