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Shin Ho Chul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중국 지린셩(吉林省)의 이엔지(延吉市) 여행 1

뭉게구름 피어간다.

 회사에 이틀 휴가를 내고 예전 회사 동료 결혼식에 가는길. 길림성 연길시까지는 북경역에서 기차로 10시간을 가야한다. 북경서역(北京西站), 북경남역(北京南站), 북경역(北京站) 3개의 역을 요즘 자주 드나든다. 

 지도에서 탕샨(唐山)부터 션양(沈阳市)까지는 오른쪽에 바다를 끼고 철로가 나있지만 기차에서 보일 정도로 가깝지는 않았다. 창춘(长春)부터는 계속 숲이 펼쳐져 있다. 잠자는 사이 길림시(吉林市)를 지나고 둔화(敦化)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좀전까지 뭉게구름 피어가는 화창한 날씨였는데 어느새 밖은 비가 내린다. 멀리까지 확 트인 넓은 연녹색의 밭과 숲 풍경에 내 마음이 넓어진다. 

 연길역(延吉西站)에 내릴 준비를 하는데 한국말(연변말)로 역도착 소개를 알린다. 멀리 남쪽으로 높은 산들이 보인다. 

 역에 마중나온 예전의 회사 동료들을 만났다. 너무 반가워 서로를 부등켜 안았다. 저녁 늦게까지 양꼬지와 비둘기 구이를 안주로 술을 마셨다. 

사람사는 향이 난다. -2021.6.17 신호철    

창춘
창춘(长春)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