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Shin Ho Chul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방패연 한국의 전통연

첫째, 둘째와 함께

중학생 때 한 번은 학교를 마치고 저녁마다 뒷산에서 끊어온 대나무로 틈틈이 5개의 연살을 정성스럽게 일주일 동안 다듬은 적이 있다. 드디어 주말이 되어 꼬박 일주일을 준비한 연살과 한지로 커다란 방패연을 만들어 날렸었다. 하필 그날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 강제로 당기면 연이 빙글 빙글 돌아 도저히 온전히 연을 회수할 수가 없었고 결국은 줄을 끊어 연을 날려 보낼 수밖에 없었다(Catch and Release ?). 

당시에는 연줄이 가장 귀했다. 문방구에서 꽈배기처럼 말아서 한 묶음씩 파는 줄을 사서 연결해가며 오랜 기간 모았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재료들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유튜브 등의 인터넷에 참고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제작 동영상도 참고할 수 있다. 일주일 전에 인터넷으로 주문한 한지(宣纸)는 만원 정도에 수백 장이 배달되었다. 연줄도 2천원 정도에 300미터가 왔다.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일 때 코로나로 인해 대나무 연살이 배달되지 않은 것을 알았다. 

다행이 아파트 단지 여기저기 대나무 숲이 있어 금요일 저녁에 마른 대나무를 조금 주워왔다. 무거운 부엌 칼로 우선 대략 여러 가닥으로 가르고 골라 다시 적당히 얇고 가늘게 시간을 들여 다듬었다. 중요한 것은 각 연살의 좌/우, 아래/위의균형을 잘 맞추고 필요한 탄력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가볍게 만드는 것. 

한지는 반으로 접어 직사각형(머리 폭 40, 길이 47, 치마 39, 방구멍 지름 12)으로 재단하고 머리 쪽은 3센티미터, 다른 변에는 1센티미터 정도의 여분을 남겼다. 방구멍 가장자리와 꽁숫줄을 뚫을 위치 그리고 아래의 두 귀퉁이에는 한지를 한 번 더 붙였다. 한지에 그림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첫째가 맡았다. 

머릿살, 2개의 장살, 허릿살, 중살의 순서로 붙이고 살과 살이 겹치는 곳은 본드를 살짝 발랐다.

양쪽 귀에 황벌이 줄을 묶고 다시 충분히 긴 두 가닥의 머릿줄을 꽁숫구멍까지 길이로 잡아 묵고 남은 한 줄은 꽁숫줄로 나머지 한 줄은 가운뎃줄로 묶었다. 꽁숫줄과 가운뎃줄은 날려보면서 조정할 수 있도록 우선 풀기 쉽게 묶었다. 

금요일에 눈이 많이 내렸지만 토요일 오후 햇살이 있어 아이들과 잠깐 날려 보았는데 균형은 잘 맞았다. 내일 바람이 좀 불고 날씨가 좋으면 아이들과 제대로 날려 볼 것이다. -2022.3.19 Shin Ho Chul

방패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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