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외곽의 바이허완(白河湾)으로 플라이피싱을 왔다. 새벽에 도착했는데 이제 산 속 새벽 기온은 쌀쌀했다.
다른 일행들은 견지를 하기 위해 생각해 두었던 여울로 들어섰고 찌낚시를 하기 위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최근 비가 꽤 많이 내려서 계곡물은 보기좋게 풍만해져 있었고 아직 약간 어두운 빛을 띄고 있었다. 물속에 먹을 것들이 많을테니 드라이훅으로 물 표면으로 물고기들을 꼬셔내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다.
이곳 플라이피싱의 주요 대상어는 끄리이고 이미 몇번의 경험으로 잘 먹히는 훅도 알고 있었고 2~3킬로미터 내의 여울 포인트들도 눈에 선하다. 굳이 바쁘게 물에 들어설 이유가 없었다. 일행들의 견지, 찌낚시 채비를 옆에서 조금 지켜보다가 나는 좀 더 멀리 걸어가 보기로 결정 했다.
하류 밀원댐(密云水库) 쪽으로 길이 끊어져 인적이 드문 방향으로 계곡을 따라 걸었다.
강의 양옆으로 펼쳐져 있는 남성미 넘치는 거친 절벽들과 그 사이를 힘차고 유연하게 흘러가는 강물을 따라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자갈들을 밟으며 한참을 걸었다. 중간 중간 멋진 풍경이 나오면 아침 햇살을 받아 따뜻해지기 시작한 자갈 위에 앉아 물 한모금 마시며 쉬어갔다.
걸으며 바라보는 절벽에서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면 한 곳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면 그 입체감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평면으로 인식했던 절벽이 헤아릴 수 없는 굴곡으로 입체감이 살아나고 군데 군데 강한 생명력으로 절벽에 뿌리를 내린 녹색의 풍성한 나무들이 또다른 입체감으로 다가온다. 해가 움직이면서 절벽의 이러한 입체감도 변한다. 절벽의 윤각만을 확대해서 담은 사진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순간이다.
물에 씻겨 형형색색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강가의 크고 작은 자갈들은 방향만 조금 바꾸면 비슷한 느낌의 전혀다른 사진들이 무수히 많이 생겨난다. 강의 가상자리에 얕게 흐르는 물속에 빛나는 작은 자갈들에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몇시간을 걷다가 다시 일행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가는 길에 익숙한 포인트에 들어가 1시간 정도 드라이훅으로 끄리들을 꼬득이다가 그 마저도 금방 흥미를 잃고 낚싯대를 접었다. 역시나 물 속에 먹을 것이 많아서인지 굳이 물 표면으로 올라오는 수고를 하지 않으려 했다. 먼저 캠핑장에 도착해서 점심으로 고기를 구워먹을 숯불을 피웠다.
점심을 먹고서는 큼직한 웻트(wet) 훅으로 끄리를 몇마리 잡았다. 이마저도 오래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한마리만 잡아도 만족감은 충분했다. 사람이 서있기도 힘든 여울 물속을 바쁘고 자연스럽게 헤엄쳐 다니는 작은 물고기들을 보며 그들이 행복해 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내가 행복하기 때문일까?
플라이피싱은 다른 낚시 장르에 비해 주변을 다니고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훅만 제대로 찾으면(Match the Hatch) 대상 어종을 쉽게 많이 잡을 수 있어 한번 제대로 먹어주는 훅을 찾기가 어려워서 과정이 재미있지 물고기를 많이 잡는 것에는 금방 흥미를 잃는다.
하루종일 자연 속에서 만난 여러 곤충과 포유류, 양서류, 식물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발 밑에 널린 자갈 하나하나에도 호기심에 가득한 하루였다. 자연 속에서 좀 더 많이 오래 머무르고 싶다. -2022.8.20 Shin Ho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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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이징 바이허완(白河湾)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