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Shin Ho Chul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작은원통날도래 등잔 밑이 어둡다

어째서 작은원통날도래(학명: dolichocentrus tenuis)를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 아마도 3월에는 아직 강의 물고기들이 움직임이 없어 플라이낚시를 가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리라. 보통 4월이 넘어가야 피라미도 그렇고 조금 큼직한 물고기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3월 20일 홍천강에 도착하여 예전에 즐겨 낚시하던 구간의 여울 3곳을 탐색하였는데 그 중 강 폭이 좁아지면서 물살이 가장 강하게 흐르는 여울 한 곳을 중심으로 돌 밑에 작은원통날도래 암컷들이 한참 산란 중이었다. 굳이 물살이 강한 여울에 집중해서 산란하는 이유는 물살이 약하고 수심이 얕은 곳에는 일찍 부화한 이름 모를 물고기의 치어들이 때로 돌아다니고 있었고 돌과 강 바닥 사이에 모래가 많이 섞여 있는 반면 물살이 강한 여울에는 작은 물고기 치어들도 접근할 수 없고 강바닥도 굵직한 자갈들이 깔려 있기 때문에 산란과 알의 부화에 더 안전하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이미 돌 밑에 작은원통날도래의 알들이 빽빽히 붙어 있고 수컷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산란 클라이막스는 이미 몇일 지난 후인 듯 했다. 암컷의 더듬이는 하얗고 수컷은 검은색인 듯 했다. 암컷은 꼬리 끝에 녹색의 작은 알 주머니를 달고 다니는데 돌을 따라 물속으로 들어가 돌과 강 바닥 사이에 알을 붙이고 있었다.이미 알집을 붙인 시간이 많이 흐른 암컷들은 그대로 알에 붙어 죽어 있었고 이제 막 알을 붙이는 암컷들은 방수가 되는 날개에 뽀송뽀송한 상태로 물속에서도 멀쩡해 보였다. 처음 돌에 알을 붙일때는 작고 진한 녹색의 알주머니가 물 속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젤리같은 투명한 알집이 커지고 그 속의 수백개의 연한 녹색의 알들이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다. 

작은원통날도래 성충은 아직 물고기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이른 봄에 우화(羽化)와 산란(产卵)을 모두 완료하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물고기의 먹이가 될 기회가 없다. 처음에는 깔따구의 일종으로 오해를 했는데 더듬이의 생김새가 너무 달라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찰나에 이렇게 우연히 돌밑에 알을 붙이고 있는 것을 보고는 날도래가 아닐까 의심할 수 있었다. -2023.3.20 Shin Ho Chul

dolichocentrus-tenuis
작은원통날도래 암컷의 산란 장면
위의 사진은 물 속에 반쯤 잠겨 있던 돌을 뒤집은 것으로 알을 붙이고 알에 붙어 죽어가고 있는 성체가 대부분이고 사진 오른쪽 상단에 방금 작은 녹색의 알을 붙인 성체는 내가 돌을 뒤집는 바람에 알을 붙이고는 다시 날아갈 기회가 생겨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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