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Shin Ho Chul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2023년 봄 중국 베이징 플라이낚시

작년 12월에 한국에 갔다가 4달 만에 베이징에 복귀했다. 주말에 가족들과 베이징 밀원댐(密云水库) 상류의 바이허(白河)로 봄나들이를 갔다. 뜻밖에도 산에는 야생 살구나무들이 꽃을 한가득 피우고 있어 마치 눈이 내린 듯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절벽들 사이로 굽이굽이 흐르는 이곳 계곡은 자연보호 구역으로 낚시를 금지하고 있었다. 댐에서 가까운 여울로 4월 20일 곡우(谷雨) 정도가 되면 틀림없이 많은 누치와 끄리들이 산란을 하러 여울을 타고 올라올 것이었다. 강가에서 서서 보면 끄리로 추정되는 커다란 물고기들이 빠르게 헤엄쳐 다니고 있었다.

물가의 작은 돌을 들추니 납작하루살이 약충 한 종류가 보이고 조금 큼직한 이름 모를 하루살이 약충도 보이는데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수서곤충이 관찰되지는 않았다. 보기와 다르게 한참 상류에 있는 마을에서 내려오는 물로 인해 생각만큼 수질이 깨끗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계곡을 타고 올라가다가 보이는 오염되지 않은 작은 지류들에서 좀 더 다양한 수생곤충들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플라이 로드(Rod)를 차 트렁크에서 빼지도 못했지만 어쨌든 가족들과 웅장한 경치를 구경하며 하루를 보낼 수 있어 좋았다. 좀 더 늦은 봄 계류를 기대해 본다. -2023.4.2 Shin Ho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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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바이허(白河) 봄 계곡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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