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Shin Ho Chul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중국 베이징 새벽 플라이낚시

2023년 4월 29일 새벽 4시 반에 집을 나선다. 5시면 날이 밝을 것을 안다.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깨끗한 강이 흐른다. 오늘은 사람이 별로 없는 조용한 위치로 들어가 플라이낚시로 무엇이 잡히는지 알아볼 계획으로 새벽 일찍 집을 나섰다.

4시 50분이 되니 벌써 날이 밝아온다. 강가에 내려서니 예상대로 조용하니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새벽 공기가 차다. 하지만 고요한 물 표면으로 분명히 크고 작은 물고기들의 먹이 활동이 관찰된다. 여러 종류의 새들이 사방에서 재잘거리는 분위기 속에서 플라이 로드(rob)에 릴(reel)을 장착하고 플라이 라인(fly line)을 차분하게 로드에 연결한다. 훅(hook) 박스를 꺼내서 가장 먼저 어떤 훅을 달아서 물고기들을 꼬드겨 볼까 잠깐 고민한다.

물의 흐름이 약해서일까 님프(nymph)나 웨트(wet) 훅에는 일체 관심이 없고 그나마 드라이 훅(dry hook)에 달려드는데 삼키지를 않고 간혹 커다란 머리만 불쑥 불쑥 올라왔다가 내려간다. 아래에서 뛰어 올라오는 움직임이 아니고 옆에서 올라와 덮치는 형태인데 무슨 물고기인지 알 길이 없다. 마지막에 큼직한 끄리 한 마리가 사납게 뛰어오르며 드라이 훅을 덮쳤다.

한 시간 정도 낚시하고는 사람들이 하나 둘 강가로 낚시를 하기 위해 들어오는 것이 보여서 플라이 낚싯대를 접고 일찍 철수하였다. 그나마 마지막에 큼직한 끄리 한 마리가 얼굴을 보여주어서 나름 미련 없는 조행이 되었다. -2023.4.29 Shin Ho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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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화이허(怀河)에서 새벽 플라이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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