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Shin Ho Chul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잠시 산란을 중지하고 먹이활동하는 끄리

2023년 5월 2일, 중국 베이징의 화이허(怀河) 끄리 산란터를 다시 찾았다. 이틀 연속으로 같은 장소를 찾고 있다. 새벽 5시에 도착했을 때 여전히 자갈이 깔린 같은 장소에서 크고 작은 끄리들이 산란 중이었다. 지난날과 같이 어느 훅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5시 50분이 되자 산란터의 끄리들이 일제히 사라졌고 산란터에는 순간 정적이 흘렀다. 혹시나 하여 근처로 드라이 훅을 날렸는데 끄리의 입질이 이어졌다. 끄리는 잠시 산란을 중지하고 먹이활동 중이었다. 20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끄리는 과감하게 훅에 달려 들었고 더 큼직한 끄리는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끄리의 이런 산란 중 먹이활동은 정확하게 1시간 정도 유지 되었다. 6시 50분이 되자 끄리 산란터는 다시 산란을 위해 모인 끄리로 시끌시끌했다.

지난 2016년 6월 20일에 방문한 한국의 홍천강에서 끄리 산란이 완전히 끝난 것을 확인했었다. 당시 그렇게 조심스럽게 입질하던 끄리들이 깔따구(midge)를 모방한 새까만 작은 훅으로 바꾼 후 의심없이 대범하게 달려 들었었다. 분명 산란철 끄리들이 조심스럽게 먹이활동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적절한 훅을 선택한다면 잘 물어줄것이라 생각한다. 2016년 5월 15일 한국의 홍천강 끄리 플라이낚시에서는 산란을 미리 끝낸 누치들이 산란터에서 누치알을 훔쳐먹는 것을 관찰했는데 북경의 끄리 산란터에도 알을 훔쳐먹으려고 하는 물고기가 있을 것 같지만 아직 관찰되지는 않았다. 2015년 5월 17일 홍천강에서는 아직 끄리들의 산란이 진행되고 있었고 당시에도 산란 중에 끄리들이 산란을 멈추고 먹이활동 하는 것을 확인 했었다. 당시에는 오후 5시에 관찰되었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대상이 사실은 내가 아는 것보다도 모르는 것이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무언가를 정확하게 안다는 것은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다. -2023.5.2 Shin Ho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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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산란철의 끄리
작지만 끄리의 매력적인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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