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Shin Ho Chul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대한민국 강원도 홍천강 끄리 플라이낚시

2023년 6월 8일 새벽에 일어나 강원도 홍천강으로 끄리 플라이낚시를 갔다. 몇 년 만에 이곳에서 다시 끄리를 만날 생각에 며칠 전부터 마음이 들떠 있었다.

아침 7시가 되기 전에 강가에 섰다. 어제저녁에 비가 와서 물색은 약간 탁했는데 경험상 이런 날 끄리들이 경계심을 풀고 가까이까지 접근했기에 은근히 기대를 했었다. 들어가서 얼마 되지 않아 물 가장자리 얕은 곳에서 로열 울프(Royal Wolf #12) 드라이 훅으로 30센티미터 정도되는 끄리를 걸었다. 훅이 물 표면에 떨어지자마자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힘 있게 물고 들어갔고 산란 후 잘 먹어서 그런지 힘이 굉장히 좋았다. 커다란 끄리는 입을 크게 벌리고 물 속에서 오랫동안 버텼다. 아마도 내 얼굴에 오래간만에 즐거운 미소가 걸렸었던 같다. 몇년 만에 처음으로 이곳에서 커다란 끄리를 걸었다.

저 앞에서 커다란 끄리가 먹이 활동을 하는데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끄리도 저만치 멀어졌다. 꽤 끈질기게 따라가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고 아무래도 끄리가 나를 인식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물에서 나와 상류의 다른 여울로 자리를 옮겼다. 산란이 끝나고 시간이 많이 지나갈수록 커다란 끄리들은 경계심이 강해진다.

새로 도착한 여울과 여울 상류에는 많은 끄리가 있었다. 여러 가지 스트리머(Streamer) 훅에 끄리가 반응했지만 마직막 순간에 먹지 않고 돌아서는 것이 보였다. 훅 박스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훅을 모두 시도해 보았는데 마지막에 울리 웜(Wooly Worm #12) 훅에 강하게 입질하는 것을 확인 후 연속으로 30센티미터 정도 되는 커다란 끄리 4마리를 걸었다. 상류에서 비가 오는지 물이 조금씩 불고 있었고 흙탕물이 섞여서 내려와 물속에 부유물이 많았다.

빠른 여울에서는 여울을 타고 올라오던 끄리들이 훅에 강렬하게 달려들었고 여울 바로 위쪽의 물살이 조금 완만하지만 수심이 좀 더 깊은 곳에서는 여러 마리의 끄리가 따라붙었다. 훅을 천천히 끄는 것보다는 최대한 빠르게 끌었을 때 반응이 좋았다. 대체로 힘이 굉장히 좋아 많은 마릿수를 잡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즐거운 낚시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날 전체적으로 주변에 가마우지(Cormorant)들이 굉장히 많이 돌아다녔는데 10년 가까이 이곳을 다니지만 처음으로 이곳에서 가마우지를 보는 것 같다. 중간에 잠깐 꺽지를 잡기 위해 바위가 많은 곳을 뒤졌는데 이상하게 한 마리의 꺽지도 반응하지 않았다. 나중에 보니 가마우지 한 마리가 틈틈이 그곳을 잠수해서 돌아다녔는데 내 추측에는 거의 대부분의 꺽지는 가마우지에게 잡아먹힌 듯했고 끄리나 누치들도 가마우지 때문에 민감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피라미의 개체 수가 예전에 비해 굉장히 많이 줄어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큼직한 피라미는 얼마든지 잡을 수 있었는데 이날은 반응하는 피라미도 거의 없고 잡아도 대부분 작은 피라미였다. 가마우지가 물고기 개체 수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히 있는듯 했는데 내 생각에는 빠른 연구와 확인 및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였다.

그래도 다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커다란 끄리를 확인할 수 있어서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강가도 캠핑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많이 바뀌어서 쓰레기도 거의 볼 수 없을 만큼 깨끗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환경도 경제도 점점 더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2023.6.8 Shin Ho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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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리(Korean Piscivorous Ch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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