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 어느 계곡에서 사라진 산천어

이곳은 북한강으로 흘러들어가서 청평호로 흘러 결국 서해로 흘러들어가는 경기도 가평의 계곡이다. 본래 이곳에 있을리가 없는 산천어는 아마도 아주 오래전에 누군가가 이곳에 산천어 치어를 방류하면서부터 살기 시작했을 것이다.

일부 플라이낚시인들이 비밀스럽게 다니던 이곳 계곡은 산에 사시는 마을 주민 한분이 처음 몇년간 거의 대부분의 구간에 사람들의 접근을 철저히 금지시켰다. 내 추측에는 그러한 이유로 인해 산천어들이 사람들의 간섭을 받지 않고 이곳에 뿌리를 내린 것이 아닌가 한다. 5년전까지만 해도 이곳에 자연번식하여 유지되는 산천어가 많았다. 거의 모든 소와 여울에 산천어를 발견할 수 있었고 봄에는 작은 산천어 치어들이 바글바글 했다. 물 흐림이 느린 작은 여울에 앉아서 유심히 물 속을 들여다보면 작아도 산천어와 똑 닯은 산천어 치어가 헤엄치고 있었다.

하지만 가평군에서는 산천어가 있으면 안되는 계곡이라며 산천어를 잡아 없애는 것을 권장하기 시작했고 이곳에 이사를 오신 외부 사람들은 어느날부터인가 밤마다 구멍치기로 자연산 장어를 잡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이 작은 계곡에 그물을 치는 사람부터 구멍치기 하는 사람까지 많은 사람들이 물고기를 잡아먹기 시작했고 지금은 산천어 얼굴 보기가 힘들어졌다.

3년전에 이미 이곳에 산천어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인지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새벽같이 도착하여 6시간 동안을 열심히 캐스팅 했으나 역시나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딱 한번 큼직한 갈겨니를 걸어서 나오는데 시커멓고 커다란 물고기가 바로 앞까지 쫓아서 나왔는데 추측에는 산천어 같았다. 예전에 산천어가 많을때는 산천어의 먹이가 되는 갈겨니를 이곳 상류에서는 보기 힘들었지만 산천어 개체수가 많이 줄어든 지금은 갈겨니가 꽤 높은 곳까지 올라와 있다. 예전에는 이곳의 산천어들이 메뚜기 훅에 열심히 달려 들었었는데 요즘은 혹시 갈겨니가 주요 먹이가 되는 것이 아닌지 추측해 본다.

좀 더 상류쪽의 경사가 심하고 계곡속에 커다란 바위가 많은 곳부터는 갈겨니가 보이지 않는다. 왠지 산천어가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열심히 캐스팅 해 보았지만 이상하게도 산천어 입질을 받지 못했다. 너무나 고요했다. 느낌적으로는 산천어가 있을 것 같았다. 최상류 일부 구간만이라도 보호를 한다면 산천어들은 그곳에서 번식을 하고 개체 유지가 될 것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앞으로 굉장히 긴 시간동안 이곳에 다시 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비록 산천어가 없지만 비온 후에 수량이 충분해진 계곡은 정말 시원했다. 산천어 한 마리 잡지 못했지만 희미해진 예전 기억을 더듬으며 소 하나 하나 신중하게 플라이 훅을 캐스팅 하였다. -2023.7.3 Shin Ho Chul

여름 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