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Shin Ho Chul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낚시가 취미인 남편

플라이낚시의 매력에 빠져서 계곡을 돌아다니기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다. 최근 4년 동안은 주변 분들의 영향으로 붕어 찌낚시와 감성돔 반유동 낚시(바다낚시)의 매력도 알게 되어 기회가 생기면 틈틈이 호수와 바다로 떠났었다. 

플라이낚시는 보통 가족들과 같이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루 종일 낚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산속 깊은 곳(혹은 바닷가 근처)에 숙소를 잡고 가족들이 모두 잠들어 있을 새벽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 계곡을 오르거나 해 질녘에 잠깐 계곡으로 내려가 낚시를 했다. 혹은 이동 중 풍경 좋은 곳에 차를 세우고 잠깐 강가에 내려서 보는 정도였다. 플라이낚시를 할 때는 가족들과 같이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고 하루 중 낚시하는 시간보다는 가족들과 같이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때만 해도 가족들은 플라이낚시라는 취미에 크게 불만이 없었던 것 같다. 물론 가끔 혼자서 떠나기도 했지만 그런데로 봐줄만 했던 것 같다.

그런데 4년 전 처음 붕어 찌낚시를 시작했을 때 가족들은 불만이 컸다. 보통 금요일 저녁에 나가서 토요일 오후 늦게나 들어왔는데 그 전날의 피로로 인해 일요일에는 하루 종일 엎어져서 잠만 잤다. 가족들 눈치가 보였지만 붕어 찌낚시의 매력은 굉장했다. 한동안을 그렇게 붕어 찌낚시에 빠져서 지냈다(그 와중에도 틈틈이 플라이낚시를 다녔다). 이때가 처음으로 아내가 낚시에 대해서 기겁을 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주변 형 들하고 같이 다니니 심하게 말하지는 못해도 싫어하는 것이 역력했다.

언젠가 아내와 낚시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내가 술도 마시지 않고 평일에도 따로 저녁 약속을 잡고 나가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스트레스를 풀려면 그 정도는 이해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싫다고 했다. 주말에 하루 종일 자고 있는 모습도 꼴보기 싫다고 했다. 그래도 열심히 다니고 열심히 잤다. 지금 돌아보면 만약 가족들이 없었다면 내가 어떤 낚시꾼이 되었을지 아찔하다.

붕어 찌낚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경험하고 나서 부터(몇 개월 동안 실컷 하기도 했다)는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 붕어 찌낚시의 매력보다 커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금요일 저녁을 집에서 먹고 나가서 다음날 아침 일찍 돌아오는 것이다. 당일 오후에는 역시나 피곤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 일요일에는 온전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라도 균형을 맞추어가려고 노력했다.

일요일에는 아내를 쉬게하고 내가 아이들과 나가서 놀려고 노력했다(아내는 내가 아이들하고 놀아주는 것이 아니고 아이들하고 같은 수준에서 논다고 했는데 그게 칭찬인지 욕인지는 지금도 햇갈린다). 자연히 붕어 찌낚시에 대한 중독(?) 현상도 많이 줄어들어서 2년째 되던 해에는 새벽 낚시를 많이 다녔다. 토요일 새벽 4시 반에 나가서 아침 10시 정도에 돌아오는 조행을 많이 다녔다. 물론 집에서 가까운 호수로 낚시를 다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아주 가끔 같이 낚시 다니는 형들하고 조금 멀리가서 하루 종일 낚시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드물었다. 아이들도 조금 커져서 때론 아이들을 데리고 같이 얕은 물가로 낚시를 가기도 했다.

그렇게 낚시가 가족들(특히 아내)에게 별다른 이슈 상황이 아니게 되었을 때 (안타깝게도?)감성돔 반유동 낚시(바다낚시)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이거는 내가 생각했을 때 거의 최종 보스급이다. 우선 최소한 1박 2일로 가야 하고 2박 3일, 3박 4일도 흔했다. 그러다 보니 앞에서 다녔던 다른 낚시 장르보다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었다. 예전 붕어 찌낚시를 생각하고 기차를 타고 하루 당일 낚시로 가보았는데 다음날 거의 초죽음이 되었고 물때를 맞추지 못해 낚시 결과도 크게 만족스럽지 못했다. 대략 한 달 정도 내 머릿속은 거의 바다낚시로 꽉 차있었다. 다행히도 한 달로 끝났지만 만약 조건이 맞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알 수 없다.

요즘은 날씨도 많이 추워지고 딱히 생각나는 낚시도 없어서 조용히 집에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가지고 있다. 미워도 나를 이해해 주려고 노력하고 그래도 옆에서 많은 지원을 해 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최근 그 동안 내가 터득한 낚시 스킬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수(?)해 줄까 고민하고 있지만 이역시도 잘 풀어갈 수 있으리라 믿으며 2024년 봄을 기다려본다. -2023.12.17 Shin Ho Chul

Shanghai-summer-sky
상해의 여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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